나도 짝퉁 명품이라도 하나쯤은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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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부국장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든…”

몇 해 전 큰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의상에 대해서 말한 대사로, 최근에는 우스갯소리로 소위 ‘명품(名品)’을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명품은 명품만의 향기와 가치를 지닌다. 오랜 전통은 물론 남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은 기본이다. 게다가 생산량이 제한돼 있어 희소성이 높다. 당연히 값은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명품의 의미가 약간은 변질됐다. 시계, 의류, 가방, 신발 등 값비싼 외국 유명브랜드 상품을 명품으로 칭한다.

품질은 둘째로 치고 그냥 값이 비싸야 한다. 그래서 비싸지 않은 제품은 명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상대방의 지위나 인품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남에게 인정받고 잘 보이기 위해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손꼽히는 명품 소비대국이다. 2017년 가방, 의류, 액세서리, 시계 등 한국의 명품 소비액은 14조원대로 세계 8위라고 한다.

명품 가방은 3조7000억원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이고, 의류 역시 6조5000억원대로 세계 6위다.

많은 젊은 여성들은 무리하게 카드빚으로 제철 신상 등 자신이 원하는 가방들을 사들이고, 카드빚을 카드로 돌려막고, 결국 구입한 가방을 중고시장에 내다 팔아 카드빚을 막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백만원 하는 일부 명품 가방들이 ‘3초 백(bag)’, ‘5초 백’으로 불린다. 길거리에서 3초마다, 5초마다 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길거리에 흔하게 널린 것이 명품이지만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에게 이 같은 명품 가방은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서민들이 명품에 대한 열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품에 대한 서민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명품 이미테이션(imitation), 즉 ‘짝퉁’이다.

사람들은 왜 가짜 명품, 짝퉁을 구입하려는 것일까. 우선 값이 진짜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 하지만 꼭 값이 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짝퉁들은 명품보다 저렴하지만 일반 상품보다는 비싼 것들도 수두룩하다.

브랜드 없는 상품보다 굳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짝퉁을 구입하려는 것은 “나도 비록 짝퉁이기는 하지만 명품 가방 하나는 있다”라는 대리 만족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초과해 빚을 내가며 진짜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짝퉁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 모두 남에게 과시하려는 심리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 여행을 갈 때 거의 필수 코스가 바로 짝퉁시장이다.

상하이의 어느 짝퉁 전문매장은 우리나라 백화점 크기의 규모로 누구나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의 지갑, 벨트, 시계, 가방이 쌓여 있고 서로들 앞 다퉈 구매하기 바쁘다.

비록 짝퉁이지만 하나쯤은 갖고 있으면 괜히 기분 좋은 소소한 만족감 때문이다.

제주시가 지난달 관내 150곳의 상점을 점검한 결과 19곳에서 유명브랜드를 위조한 가방, 의류, 액세서리·벨트·선글라스 등 37점의 물품을 적발했다.

이곳 고객 역시 중국에서처럼 짝퉁인 줄 알면서도 찾고 있다.

명품에 대한 호기심이든 과시욕이던 짝퉁 구매는 자칫 허영심을 키울 위험이 크다.

명품이나 짝퉁으로 겉모습을 치장하기 보다는 진정한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로부터 사랑받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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