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
지라시
  • 제주일보
  • 승인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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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흔히 증권가 정보지를 ‘찌라시’라고 한다. ‘뿌리는 것’ 또는 ‘광고 인쇄물’이란 뜻으로 쓰이는 일본말에서 왔다. 국어대사전엔 ‘지라시’로 표기하고 시중의 뜬소문 등을 담은 정보지로 인식된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다.

2014년 ‘찌라시:위험한 소문’이라는 영화까지 나와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그 존재를 알고 있다. SNS가 일반화되면서 더 자극적인 소식을 원하는 소비자 땜에 은밀히 확산되고 있다.

한 여가수는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한 줄의 지라시 내용 때문에 광고계약이 취소됐고, 다른 연예인은 낳지도 않은 자식의 어머니가 돼버렸다. 심지어 한 정치인은 국가기밀을 ‘지라시에서 봤다’고 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호기심을 넘어 누군가를 음해하는 데 지라시만큼 좋은 통로가 있을까 싶다.

▲톱스타 송중기와 송혜교 부부가 이혼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지라시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 증권가·연예계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관련 지라시들은 SNS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로 퍼져 벌써 수십 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른 연예인과의 낭설부터 탈세가 어마어마한데 뒤를 봐주는 재력가가 있다는 루머까지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심지어 대중의 관심은 이들 가족에게까지 옮겨가는 모양새다.

1년 8개월 만의 이혼. 톱스타 ‘송-송 이혼’이라는 키워드를 떼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0만8700쌍에 이른다. 그중 21.4%가 결혼한 지 4년 이내에 갈라섰다. 대중은 이들의 이혼에 엄청난 이유가 숨겨져 있을 거라며 한껏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근거 없는 정보를 담은 지라시의 습격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기 일쑤다. 가수 나훈아씨 괴소문이 그랬고, 천안함과 미국 잠수함 충돌설, 광우병 루머 등은 국론을 분열시킨 사례로 지금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라시는 최초 작성해 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단순히 내용을 복사해 붙여넣은 중간 유포자 또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해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거된 인원만 1만889명에 달한다.

거짓말일수록 소리는 크고 또렷하다. 심지어 진지하기까지 하니 설마 하던 이들도 ‘그럴 수 있겠다’ 쪽으로 기운다. 허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말의 속도는 빨라졌어도 무게는 외려 무거워져야 한다. 기록은 무섭게 남아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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