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슴에 구멍이 숭숭···저 恨을 누가 메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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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정리 진빌레 밭담길(上)
제주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독특한 돌 문화-제주 돌담
2014년 제주 밭담은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 ‘쾌거’
진빌레 밭담길세찬 장맛비가 예고됐던 지난달 29일 바람난장이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길을 찾았다. 밭담길은 제주의 문화가 녹은 제주 밭담과 농촌 문화,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다. 제주 밭담은 2014 FAO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고 월정리 제주밭담테마공원에서 제주밭담축제가 열린다. 홍진숙 作,  진빌레 밭담길.
진빌레 밭담길세찬 장맛비가 예고됐던 지난달 29일 바람난장이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길을 찾았다. 밭담길은 제주의 문화가 녹은 제주 밭담과 농촌 문화,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다. 제주 밭담은 2014 FAO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고 월정리 제주밭담테마공원에서 제주밭담축제가 열린다. 홍진숙 作, 진빌레 밭담길.

돌담의 기억, 그리고 제주 여인의 일생

한 여자가 서있다. 평생을 돌밭에 묻고 산 얼굴. 길고 가늘게 이어지는 한숨. 고되고 힘겨웠다. 여자의 일생을 모두 지켜봐 온 것은 다름 아닌 돌담. 돌이 전부인 섬에서, 여자는 거친 돌을 치우며 밭을 일구고 삶을 이어왔다. 누구랄 것 없이 가난했던 시절, 섬에서 자식을 키우기 위해선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멈추어 서지 않는삶이어야 했다. 스스로 돌담으로 살아가길 자처해야 했다. 그 여인들이 바로 제주의 어머니다. 이정아님의 시낭송이 이어진다.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면서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멈추어 서지 않는
그를 나는 무엇이라 이름 부르리
 
그와 함께 먼 길 걸어가다 보면
 
내 앞엔 듯 뒤엔 듯 옆엔 듯
또 내 마음 한복판엔 듯
 
들어앉는 그를 정말 무엇이라 부르리
씨뿌리던 어머니가 있었고
보리 거두던 아버지 잠시
붉은 노을과 함께 기대서던 곳
 
돌담 숭숭 난 구멍처럼
 
마음 한구석 아련히 젖어오는
그를 나는 무엇이라 이름 불러야 하리
-김광렬 제주돌담전문
 
이정아님이 김광렬 시인의 시 ‘제주돌담’을 낭송했다. 제주 밭담은 한 자리에서 제주의 어머니의 일생을 모두 지켜봤다.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일상 안에서 바람을 잠재우고, 섬을 일궈내며 제주인과 생사를 함께했다.
이정아님이 김광렬 시인의 시 ‘제주돌담’을 낭송했다. 제주 밭담은 한 자리에서 제주의 어머니의 일생을 모두 지켜봤다.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일상 안에서 바람을 잠재우고, 섬을 일궈내며 제주인과 생사를 함께했다.

이 섬에서 바람만큼 흔한 것은 돌이었다.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돌. 돌을 치우는 것이 삶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쌓아올린 돌은 집 안으로 들어가 집담이 되었고, 울타리를 두르며 울담이 되었다. 어릴 적 술래잡기 하던 올레가 되었다가, 땀과 눈물로 젖은 어머니의 일터- 밭담이 되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의 일상 안에서, 바람을 잠재우고 다스리고 때로는 거느리며, 섬을 일구어 낸 제주 돌담. 함께 살면 닮아간다 했던가. 돌담의 생애도 인간의 삶을 닮았다. 이 섬에서 의 마지막을 끌어안은 것도 바로 돌담이었다. 망자를 품은 산담이 되어 마침내 노동의 고단함을 끝내고 인간과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강승진 박사는 제주 밭담이 FAO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데 힘썼다. 그는 "제주밭담의 보전은 제주 농업과 문화,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세대로 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진 박사는 제주 밭담이 FAO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데 힘썼다. 그는 "제주밭담의 보전은 제주 농업과 문화,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세대로 전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독특한 돌 문화- 제주 돌담. 세계는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했고, 마침내 2014년 제주 밭담은 FAO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 강승진 박사. ‘제주밭담의 보전은 제주의 농업과 문화와 환경을 지키는 것이며 동시에 미래세대에 전승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제주 돌담이 얼마나 훌륭하고 소중한 지 새삼 느껴본 시간이다.

세찬 장맛비가 예고됐지만 하늘은 고요하다. 불던 바람도 들숨 날숨을 반복하며 돌담 위에서 숨을 고른다. 오늘도 돌담은 굽이치듯 이어지며 거친 섬 땅 위를 힘차게 누빈다. 의 솟구침처럼, 살기 위해 뭍밭과 바다밭을 분주히 오가던 제주 어머니들의 삶처럼, 그 뜨거운 을 기억하며, 낮지만 우직하게 흘러간다. 성악가 윤경희님의 구성진 제주도 타령과 함께 우리네 마음으로 흘러든다.

윤경희 성악가가 구성진  ‘제주도 타령’을 부르며 어머니들의 삶과 뜨거운 생을 전했다. 굽이치듯 이어지며 거친 섬 땅 위를 힘차게 누비는 밭담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윤경희 성악가가 구성진 ‘제주도 타령’을 부르며 어머니들의 삶과 뜨거운 생을 전했다. 굽이치듯 이어지며 거친 섬 땅 위를 힘차게 누비는 밭담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살면서 제주 돌담을 이렇게 가슴 시리게 만나본 적이 있던가

월정리 밭담길 한 가운데서 다시 만난 바람난장

우리는 행운아다

사회=김정희
해설=강승진 박사
그림=홍진숙
시낭송=김정희·이정아·이혜정
성악=윤경희
아코디언=김민경
리코더=오현석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음향=최현철
=김은정
후원=제주특별자치도·제주신보·제주메세나협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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