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와 햄버거
반딧불이와 햄버거
  • 제주신보
  • 승인 20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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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청수리 반딧불이 축제에 가 봤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장에서 오후 4시부터 번호표를 받아서 한 시간 후에 입장권을 사고, 또 세 시간을 기다린 후 어두워진 곶자왈로 들어가도록 진행되었다. 번호표를 받고 인근의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 산책을 한 후 돌아가서 입장권을 샀다. 다시 이어지는 기다림에 마을의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젊은이들이 파는 햄버거 값이 만만치 않았다. 기대했던 햄버거는 근사해 보였지만, 갈아 넣은 고기가 겉만 익고 속은 생고기였다. 더 익혀 달랬더니 요리비법이라고 그냥 먹어도 절대로 아프지 않는다고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위생관념의 차이에 합의점이 없으니 고기 빼고 빵조각만 먹었다. 이런 것도 세대 차이인가 자문하다가 세포공학기술로 햄버거 용 쇠고기도 만들어내고, 인공 닭고기 오리고기의 시식회도 있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육식을 위한 대규모 가축 사육과 도축에 따르는 환경파괴를 줄이려고 축산농이나 동물 사육 없이 동물 세포 배양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인 것이다. 배양된 고기가 일상화 되면 환경이 개선되고 반딧불이도 돌아올 것인지.

햄버거를 모르던 시절에는 흔했던 개똥벌레, 반딧불이를 아이들은 호박꽃 안에 잡아넣고 호롱이라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이다. 우리가 온갖 기계를 이용하며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동안 반딧불이의 서식지가 파괴된 때문이다.

입장 시간이 되자 반딧불이에 관한 시각 자료로 약간의 입문 상식을 접한 후에 현지 주민들의 인솔이 시작되었다. 기온이 차고 전날에 비도 내려서 반딧불이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있은 후, 사십 명이 줄지어 어린이들은 앞세우고 걸으며 눈 부릅뜨고 어두운 덤불을 살폈다.

반딧불이가 보이지 않아서 지쳐갈 때 쯤 반짝 하고 작은 빛이 나타났다. 감격의 첫 순간이었다. 또 한참을 걸어가는 사이에 드문드문 대여섯 마리가 더 보였다. ‘한 개 보는 데 이천 원’이라는 한 아주머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 후 한 시간 가량 걸어 다니는 동안 몇 번 더 반딧불이가 출현했다.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숲에서 반딧불을 보는 것은 무엇이라고 표현 할 수 없는 강렬한 느낌을 일깨웠다. 잃어버린 세계를 나타내는 별과도 같았다고 할까, 40여 년 전에 우주로 나가 지금도 항해를 계속하는 보이저호가 1990년 찍었던 지구의 사진을 보며 받았던 감격과 흡사했다고 할까.

생명계의 오묘함을 담고 반짝이며 날아가는 작은 반딧불이가 마치 어두운 우주에 떠 있는 지구를 상징하는 듯 했다. ‘창백한 푸른 점’으로 찍힌 지구의 사진을 보면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인 지구에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있고, 종교, 이념, 경제 체제 속에 사냥과 약탈을 하며 인류는 문명을 창시하고 파괴하여왔다. 사랑에 빠지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고, 발명과 탐험을 하며, 교육과 정치를 펼치면서 지도자와 죄인이 되고, 성자와 연예인이 되면서 사는 우리들의 고향.

때로는 신념 때문에 피를 흘리고, 잔혹 행위, 불화와 증오와 만용에 빠지며, 자만심에 넘쳐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면서 사는 우리, 우리로 인해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별은 갖은 변화를 겪고 있다. 병들어가는 지구를 대변하는 듯 멸종 위기에 놓인 반딧불이도 마지막 서식지의 어둠 속을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