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용 부대 요카렌 생도 이용해 대부분 20대 한국 여성”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4월 일본 해군이 서귀포 성산읍에서 위안소를 설치해 운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제주에 위안소가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첫 사례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소장 조성윤)는 8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사무소에서 일제강점기 성산리 일본군 위안소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태평양 전쟁 말기 요카렌(予科練)의 제주도 주둔과 위안소-성산 지역을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요카렌은 일본해군비행예과연습생의 약칭으로, 대부분 20세 전후의 젊은이들로 구성됐다. 전쟁 말기 요카렌은 자살 공격을 감행할 자폭 병기의 조종사로 활용됐다.
논문에 따르면 1945년 봄부터 제주도가 결호작전 지역에 편입된 후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자폭용 병기부대 소속의 요카렌 생도들이 성산에 설치된 위안소 두 곳을 이용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오시종(90)씨는 “내가 살던 집에서 3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ㄱ자로 된 민가(성산리 143-10)가 일본군에 징발돼 위안소로 운영됐고, 다른 한 곳은 나카무라(中村)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여관에 딸린 초가집(성산리 139-2)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위안소 한 곳당 여성이 5~7명 정도 있었고, 나이는 대부분 20대였으며,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며 “단추가 7개 달린 군복을 입고 위안소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던 요카렌의 모습이 70여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윤 교수는 “제주도에 일본군 위안소가 존재했다는 조사 결과나 연구가 아직 학계에 발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오시종씨의 증언과 이 논문의 학술적·사회적 의미는 크다”며 “이번 연구 발표가 제주뿐 아니라 국내 위안소 연구를 촉진하는 기회가 되길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