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전당 시인선 선정···삶·진실 담아
‘봄 오는 길목에 이따금 갇히곤 한다//두부 같은 날들이 책상 위에 물렁하다 다 식은 커피 잔 읽지 못한 시집까지//…//사진 속 넉넉한 아버지가 두 스푼 된장을 풀어 끓여낸 아침의 시를 맛있다, 연신 드시는 목소리를 듣곤 해//첫 음을 항상 놓치는/눈물이 참 싱겁다//.’ (시 ‘눈물이라는 장르’ 중에서)
김진숙 시인이 시집 ‘눈물이 참 싱겁다’를 발간했다. 문학의전당 시인선으로 선정된 이번 시집은 시인이 첫 시집 이후 6년 여 만에 펴낸 것으로 삶과 진실, 넉넉함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이번 시집은 생활 터전이자 동시에 역사 현장인 우리 주변 ‘주소지’로 안내한다. 시인의 터전이기도 한 제주지역을 여러 삽화로 그려 넣으며, 우리가 몰랐던 진실과 다시 들춰봐야 할 역사의 이면을 담고 있다.
시조의 숨결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삶의 현장을 주목하며 일상을 기록해오는 시인은 ‘눈물이 참 싱겁다’라는 말을 통해 고통 받고, 아파하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을 전하고 있다.
시인은 예리한 목소리, 관찰력으로 늘 마주하는 일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광활한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시인이 경유해온 여러 주소지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새로운 주소를 알려준다.
이종형 시인은 추천사에서 “내가 아는 김진숙은 그녀가 지향하는 삶의 궤적 앞에서 단 한 번도 뒤로 물어서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며 “‘눈물이 싱겁다’는 고백은 차라리 살아있어서 아픈 것들에 대한 위로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정록 시인도 추천사를 통해 “김진숙의 언어는 물방울 속에 있다. 젖어 있는 불이다. 그의 언어 속에는 역사의 비문이 있고, 오지 않은 매운 계절의 눈물이 있다”며 “그의 시에는 필사적인 생(生 )의 비린내가 있다”고 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2006년 ‘제주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08년 ‘시조21’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미스킴라일락’이 있고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문학의전당 시인동네 刊,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