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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설왕설래, 요즘 쿨비즈(Cool과 Business의 준말 Biz의 합성어)란 말이 붕 뜨고 있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데 도움 되는 비즈니스란 뜻이다. 노타이에 반바지, 재킷을 벗는 등 근무 복장을 간편히 하자는 것. 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쿨비즈 문화가 확산될 낌새다. 패션쇼까지 한다.

며칠 전, 한 지자체 장이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노타이 체크무늬 남방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시원하고 편한 데다, 20분을 걸으니 일정 탓에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할 수 있어 좋다며 밝게 웃는다. 수요일을 ‘프리패션 데이’로 지정해 놓고 솔선수범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직원 대다수가 평소대로 긴 바지 차림이었다나.

무더위를 목전에 두고 ‘남성 직장인에게 반바지를 허하라’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속속 반바지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행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무채색 위주의 양복이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화사한 디자인의 옷들로 바뀔 것은 충분히 예측되고도 남는 일이다.

하지만 덥다고 출근 복장으로 반바지를 입는 건 적합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참고 견디는 것도 공직자의 미덕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선지 반바지를 금지하는 기업도 적잖은 모양이다. K 은행의 경우, 노타이는 허용하되, 고객 응대가 적은 본점 부서는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지정하면서도 반바지는 목록에서 제외해 놓았다.

일부 공기업도 민원인들을 만날 때 예의 없게 비쳐질 것 같아 망설인다고 한다. 백화점, 은행, 관공서, 경찰 등 정장 않고 슬리퍼에 반바지·티셔츠 차림을 하고 근무한다면 외부에 어떻게 비쳐질까. 더군다나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들임에랴. 가령 반바지를 입더라도 운동화나 캐주얼화를 신게 하는 등 최소한 품위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 아닐는지.

공직자들은 워낙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계층이다. 늘 해 오던 대로 하려는 관성이 있다. 아무리 덥다 해도 직장에 출근하면서 반바지 차림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 반바지라니, 민망하지 않은가.

더욱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장이 사무실에 반바지 입고 다리를 허옇게 드러내 앉아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좋게 보려 해도 쉬이 수긍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개성이 존중되는 자유분방한 시대라 하나 복장의 일탈은 그 사람의 품격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앞에 언급한 어느 지자체 장이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모습은 뭔가 갖춰야 할 게 빠져 있어 보였다. 옷은 때와 곳을 가려 입어야 한다. 우리의 복색은 생활의 중요한 일부로 오랜 전통과 관습을 형성해 온 고유문화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일단 분위기가 자유를 타면 자칫 날개를 달기 십상이다. 정장에서 반바지는 파격적인 변화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흔들어 놓을 개연성마저 있다. 그 옷에 걸맞은 신발, 그 차림에 맞는 격식, 그만그만한 말과 행동과 태도로의 해체. 그걸 누가 막을까. 입고 있는 복장은 사람으로서 지닐 수 있는 품격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고 규율한다.

교원들이 반바지를 입고 교단에 서도 되는가. 중·고등학생들도 덥다면서 긴 옷을 벗으려 할지 모른다. 땀을 흘리면서도 참는 게 사람다움이다. 이 여름, 우리 제주는 어떨지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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