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취약한 학교 건물, 보고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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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 화재는 1층 창고에서 시작된 불길이 3분이 채 안 돼, 건물 전체가 전소됐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화마가 5층 건물을 단숨에 집어삼킨 원인으로 외벽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를 꼽았다. 드라이비트는 시멘트벽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스티로폼과 유리섬유, 돌가루 등을 소재로 했기에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건물 냉·난방에 유리하다. 하지만 불에 취약한 단점을 지니고 있다.

드라이비트는 화재 시에 불쏘시개나 다름없다. 게다가 유독가스까지 발생시켜 인명과 재산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17년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2018년 1월 47명이 숨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도, 가연성 마감재인 드라이비트 외벽이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를 새삼스럽게 끄집어내는 것은 도내에도 이런 유형의 건물이 많아서다. 특히 학교의 사정은 심각하다. 도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188개교의 1027개 동 가운데 49개교의 60개 동은 드라이비트를 마감재로 했다. 그만큼 화재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지난해 기준으로 도내 학교의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10.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곳 중 1곳만이 화재 발생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전국 평균(18.6%)에 못 미친다. 물론 현행법상 학교의 경우 4층 이상만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를 핑계 삼아 두고만 볼 수 없다. 제주도의회 강성민 의원이 초등 저학년 건물부터라도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고 한 것은 타당한 지적이다.

이로 볼 때 학교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원인은 드러났다. 알면서도 미리 손을 쓰지 않고 방치했다가 재난을 당한 후에야 “~했더라면”하고 땅 치고 후회하는 것은 ‘후진국형 재난’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도교육청은 문제를 확인한 만큼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비무환을 가르치지만 말고 몸소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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