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식 정부 마늘 수매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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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마늘 수매 의지가 의심스럽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이 우려되자 3만7000t을 ㎏당 2300원에 수매키로 하면서도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서다. 이 조건에 제주산은 끼어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사실상 제주산은 정부 수매에서 제외됐다고 해야 옳다. 이는 제주 농심을 외면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 수매 대상에 제주산인 ‘남도종’도 포함됐지만, 생색용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수매 조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농협이 수매한 마늘과 저온창고에 보관된 것은 수매에서 제외했다. 규격은 5㎝ 이상이어야 수매 대상이다. 이런 조건에 맞는 것은 타지역에서 재배하는 ‘대서종’이 유일하다 할 것이다. 대서종은 현재 수확이 한창 진행 중이고, 크기도 커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많다.

반면에 제주산인 남도종은 대서종보다 한 달 이상 수확이 빠른 관계로 지금은 수확과 수매가 이뤄져 저온창고 등에서 보관하고 있다. 또한 도내 생산물량 3만1000t 가운데 42%에 달하는 1만3000t은 농협에서 이미 수매한 상태다. 여기에는 농협이 농가의 어려움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사들인 비계약 물량 5000t도 들어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농협이 수매한 것과 저온창고에 보관된 것은 수매하지 않을 작정이다. 제주 마늘 재배 농가들은 정부 수매에 응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남도종은 또 대서종보다 맵고 알싸한 맛은 있지만 크기가 작다. 모든 면에서 정부의 수매 조건은 남도종의 특성과 수확 시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마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농가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농심을 우롱해도 이런 식으로 우롱해선 안 된다.

정부의 수매 조건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오죽하면 제주도의회가 ‘마늘 정부수매 비축계획 개선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겠는가. 평당 수확량이 대서종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남도종의 특성을 참작해 수매 단가도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마늘 수매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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