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있으나, 법이 없다
법은 있으나, 법이 없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7.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삼무(三無)의 고장 제주. 대문 없고, 도둑 없고, 거지 없으며,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하던 제주가 많이 퇴색되고 말았다. 인심이 좋고, 마음이 넉넉하며, 여유롭고, 정이 넘치는 곳이란 옛말이다. 어느 곳을 가도 제주만의 색깔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과 미풍양속도 사라졌다. 이웃 간에 오순도순 품앗이 하던 정겨움도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글로벌 시대가 도래 하다 보니, 제주에도 법을 경시하고 질서가 무너져 혼란스럽다.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어 부끄럽고 안타깝다.

10년 넘게 시행해 오고 있는 클린하우스는 아직도 정착이 되지 않고 있다. 일요일만 되면 클린하우스가 불법 쓰레기로 넘쳐난다. 아무리 계도하고 지킴이를 활용해 보지만 그때뿐이다. 시민의식이 실종된 것 같다.

음주운전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제2윤창호 법이 시행되었다. 시행일인 6월 25일부터 7월 4일까지 열흘 동안 제주에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 자가 무려 62명이라 한다. 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10년 전의 보육교사 살인 사건도 실마리가 잡히는가했더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도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시신은 어디에 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인면수심 아닌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제주에서 벌어졌다. 소름이 끼친다.

제주만이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자고 나면 사건·사고와 법을 경시하는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아들이 부모를 살해한다. 법은 있으나 무용지물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판결도 판사마다 다르다. 사람의 양심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판사의 성향과 소견에 따라 유·무죄가 가려지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경기도 모 도의원은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자리를 이동하거나 옮기면 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를 입법예고 했다. 황당한 느낌이 든다. 이런 조례를 만들어 공정하게 시행될지 의문이다.

법이란 만인에 평등해야 하고 공평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법은 이미 법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법을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법다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국회의원이나 도의원들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는 법과 조례를 경쟁이라도 하듯 양산하고 있어 딱하다.

법은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게 마련이다. 법이란 안정과 평화와 질서를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잘못 만들면 발목을 잡게 되고, 법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

준법정신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준다. 그 나라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준법정신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며, 나라의 안정과 평화, 국민을 보호하는 길이 된다.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을 제정·공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법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는 일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며, 모두가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명심하자.

법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법 이전에 도덕적 양심을 쌓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