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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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경제학자 우석훈의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직장 민주주의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는 여전히 ‘민주주의 예외지역’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적인 민주주의 수준에 비해서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개의 직장인이 회사 생활이 고된 것은 일 자체가 힘들기 때문만이 아니라,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꼴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갑질의 행위자는 직속 상사, 사수, 팀장이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는 다른 부서의 상사, 임원, 대표 순이다. 또 동료나 동기가 가해자인 경우도 있다.

갑질 유형은 다양하다.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가 1위이며, ‘욕설·폭언·험담 등 명예훼손’과 ‘업무능력·성과 불인정·조롱’ 등이 그다음이다. 회식 참석 강요, 근무 환경 악화, 근무시간 외 SNS로 업무 지시, 사적 용무 지시 등도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의 ‘생각 사용 설명서’에 ‘공격자와 동일시 현상’이란 용어가 나온다. 피해자가 자신을 가해한 사람을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술주정이 심해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둔 아들이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나중에 아버지를 닮거나, 호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선 시집살이를 고되게 시키거나, 혹독한 군기를 경험한 선임이 후임을 엄하게 다루는 것 등이 그런 예다.

직장 갑질에도 이런 현상이 있다. 악질 상사 밑에 있던 직원이 윗사람이 되어선 자기가 당했던 방법으로 후배를 대한다. 마치 종로에서 뺨 맞고 괜히 한강에 가서 눈을 흘기려는 격이다.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정면으로 대응하든지, 아니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빠져나와야 하는 데,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저자는 대체로 자기중심성이 없고 주체성이 부족하면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고 했다.

▲오늘(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직장에서 괴롭힘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를 즉시 징계해야 한다.

회사 문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가 이 기회에 내부로 들어갔으면 한다. 알량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위세를 떨거나,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겨누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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