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따지며 차별하는 충혼묘지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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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충혼묘지에 잠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살아생전의 계급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조선시대의 반상(班常)의 법도를 연상케 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1983년에 총 1500기 수용 규모로 조성한 이곳에는 장교 60기, 사병 847기, 경찰 및 애국지사, 순직 공무원 208기 등 1115기(74%)가 안장되어 있다.

그런데 사병묘역은 10년 전에 만장(滿場)됐다. 그 후 19명의 순직 사병은 공간적 여유가 있는 장교묘역으로 가지 못하고 경찰묘역에 묻혔다. 현행 규정으로 장교와 사병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석 크기(높이)도 차이가 있다. 장교는 91㎝, 사병은 76㎝이다. 죽어서도 계급장을 떼지 못하고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제주시 충혼묘지에서만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립 서울·대전현충원은 개정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6일부터 장교묘역과 사병묘역을 ‘장병묘역’으로 통합해 이병에서 대령까지를 한곳에 안장하고 있다. 계급 차별을 개선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무슨 이유에선지 충혼묘지 안장 방식을 규정한 2006년 제정 ‘제주특별자치도 충혼묘지 조례’를 고집하고 있다. 이젠 계급 차별 인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과 영국의 국립묘지 안장 방식이다. 장군과 사병을 한 장소에 똑같은 크기로, 사망 순서대로 모시고 있다. 이 점에서 채명신 전 주월 한국군사령관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11월 대한민국 장군 역사상 최초로 장군 묘역이 아닌 사병묘역에 묻혔기 때문이다. 이 묘역은 주로 베트남전 전사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장군묘역이 아닌 베트남전 병사 곁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생전 유언에 따른 것이다.

제주시 충혼묘지 안장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보훈단체들도 반기지 않는다. 제주도는 여론을 수렴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예우다. 개선에 뜸 들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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