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방이 기십만원…일본 대신 국내여행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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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에도 국내행 망설이는 휴가객 늘어
바가지 상혼 등 고질적인 폭리상혼에 반감…"자정 기회 삼아야"
성수기 계곡 음식점 요금
성수기 계곡 음식점 요금

"한국 관광업계도 정신 차리자. 한 철 장사해 일 년 먹고 살겠다는 자세는 자국민에게 외면받는다. 계곡 평상, 곰팡이 핀 방이 기십만원이라니 그냥 해외 가고 만다는 말이 나오는 것."(트위터 이용자 'siva0***'), "7월 말 8월 초 최대 성수기 때 국내 피서지 허름한 민박이 30만원 달라고 하는데 같은 시기 오키나와 바다 앞 숙소가 17만원이었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반감으로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행을 선뜻 결심하기엔 썩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SNS상에서는 이 기회를 국내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 클리앙에 아이디 '방사능라***'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국내 여행의 가장 큰 문제는 바가지"라며 "일본에 가라, 가지 말아라 소모적으로 싸울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국내 관광지를 정비하고 홍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모씨도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본 여행 안 가는 대신 국내 여행 (가자는 것) 좋다. 그런데 휴가철 시작인데 숙박비, 음식값 등을 내렸으니 우리 지역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곳이 있나. 반사이익 기대하며 바가지 씌울 궁리나 안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휴가철 폭리 현상을 비판했다.'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일본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하다 결국 가기로 했다는 회사원 김모(26)씨도 18일 연합뉴스에 "제주도 등에 성수기에 가면 숙박비가 너무 비쌌던 경험을 여러 번 해서 (불매운동 하는 이들의) 눈치가 보이더라도 가성비 좋은 일본으로 가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계곡 자릿세 등 불합리한 관행, 성수기면 평소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을 받거나 불친절하게 접객하는 악덕 상혼도 문제로 꼽히지만 정해진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일쑤인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성수기(여름은 715824) 숙박업 환불 규정에 따르면 소비자가 개인 사정으로 이용 예정일로부터 열흘을 남겨둔 시점에 계약을 취소한다면 계약금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지키는 숙박업소는 드문 게 현실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는 전국의 풀빌라와 펜션 15곳을 대상으로 전화 문의한 결과 공정위의 환불 기준을 준수하는 업체는 단 1곳에 불과했다.

제주도의 한 풀빌라 운영자는 "예약 당일이 아니면 남은 날짜에 상관없이 환불해 줄 수 없다""지금 성수기가 코앞인데 손님들이 취소하면 손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의 이 같은 병폐는 '오모테나시'(일본 문화 특유의 손님에 대한 극진한 접대)를 내세우며 관광산업 발전에 노력을 기울여온 일본에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10년 넘게 일본 전문 여행상품을 판매한 후쿠코리아 관계자는 "일본도 최대 성수기에는 숙박비가 평소의 3040% 가량 인상되지만 미리 정해진 요율과 취소·환불 규정이 공개되고 자주 변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 여행 불매를 계기로 국내 관광업계의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와 함께 변화 조짐도 눈에 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휴가철을 앞두고 청학천(수락산 계곡), 팔현천, 월문천, 구운천 등 관내 계곡과 하천 4곳에서 평상과 간이음식점 등 82개 불법 시설을 철거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계곡 주변 등을 불법으로 점유한 채 행락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천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아 일부 상인의 반발에도 철거를 단행했다""여행지 정화 사업으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남 여수의 휴양지에서 펜션을 하는 이모 대표는 "작은 이득을 좇다가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공정위에서 고지한 환불 규정을 따르고 있다"면서 "휴가철에 기분 좋게 쉬러 온 손님들과 환불 문제로 얼굴을 붉혀 인심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손해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로 회원 133만명을 보유한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은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네일동 운영자는 지난 17일 게시한 공지사항에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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