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한라산 어리목광장(上)
어진 향기 지닌 이들이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어진 향기 지닌 이들이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어리목은 온통 초록세상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숲의 향기를 마신다, 폐부까지 씻어주는 시원한 느낌은 날씨의 꿀꿀함을 말끔히 지워낸다. 주변으로 민대가리오름, 작은두레왓, 쳇망오름(川望岳), 사제비동산 등 서로에게 기대에 깊어가는 오름군이 단비에 막 세수한 듯 해맑다.
어리목광장 야외무대에서의 공연은 날씨 관계로 방문자센터 입구로 비설거지한다.
2017년 윗세오름에서 펼쳤던 난장에서 인연을 맺은 한라산탐방안내소의 양춘숙 주무관이 반긴다.
“윗세오름과 족은오름 사이의 경관이 좋아 목·금·토요일에는 현장해설이 가능하다. 초등학생 현장학습이 진행 중이고, 중고등학생 대상의 자원봉사자를 8월에 모집한다.….” 소문을 많이 내달라는 주문이다.
김정희와 시놀이의 김순이 시인의 시 ‘한라산 5’ 낭송에 숙연해진다.
산에는 숨겨진 꽃밭이 있습니다
어진 향기 지닌 이들이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모여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기도할 줄도 모르고
양심이니 진실이니
하는 말을 할 줄도 모르는
그저 주어진 제 삶을 힘껏 살아가는
그런 이들이
뿌리내린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삶에는 불평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높고 큰 명성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김순이 ‘한라산 5’
김민경 교수님의 ‘산바람 강바람’, ‘아가씨들아’ 아코디언 연주에 운무의 출연이 잦아진다.
성악가 김영곤님과 황경수 대표의 ‘청산에 살리라’, ‘산노을’ 노래는 울려 퍼지는 작은 기도가 된다.
근처의 병풍 두른 오름 앞으로 달려와 속살거리던 운무가 모양을 달리하며 출현하다, 급기야 두터운 진회색커튼 되어 드리워진다. 손에 잡힐 듯하지만 먹구름이 주고받는 말 다 받아 적지 못한다. 그러나 한라산 자락의 어진 향기에 여백이 생겨난다.
※다음 바람난장은 7월 27일 오전10시에 ‘대정백조일손지묘’에서 펼쳐집니다.
사회=정민자 그림=고은 아코디언=김민경 무용=박소연 시낭송=김정희와시놀이 반주=김정숙 리코더=오현석 영상=김성수 음향=최현철 사진=채명섭 성악=김영곤·황경수 글=고해자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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