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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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2014년 9월에 있었던 일이다. 이날 부산서부 아미파출소 직원은 “어떤 할머니가 보따리 두 개를 들고 한 시간째 같은 거리를 왔다갔다한다. 아무래도 할머니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경찰관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해도 할머니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도 몰랐다.

단지 할머니는 “우리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했다.

경찰은 할머니가 슬리퍼를 신고 있어 이 동네 주민이라고 판단해 아는 이를 수소문했다. 다행히 할머니를 아는 이웃을 만났다.

경찰은 할머니와 함께 딸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갓난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딸 앞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이불과 함께 이미 식어버린 미역국과 나물반찬, 흰밥이 있었다.

“어여 무라(어서 먹어라).”

어머니의 이 한마디에 딸은 펑펑 울었다. 치매로 자신의 이름도, 딸의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자식을 향한 모정은 가슴에 새겨있었던 것이다.

▲치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 불릴 만큼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비탄에 빠지게 한다. 앞선 언급한 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아기를 낳는다는 사실은 인지했다.

이 할머니보다 치매가 악화된 사람은 가족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에 걸리기 전에는 무척 인자했던 사람인데 치매에 걸린 이후 이무런 이유 없이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걸기도 한다.

낮이든 밤이든 집 밖으로만 나가려 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리를 찾아내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과학기술원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유석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 공동 연구팀은 최근 슈퍼컴퓨터를 통한 연구를 통해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52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얻은 사후 뇌 조직에서 전장 엑솜 유전체 서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뇌 체성(체세포)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뇌 체성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섬유다발 형성을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뇌 체성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매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정 기업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영혼을 잃어버리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이 서둘러 생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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