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의 향기
바라나시의 향기
  • 제주신보
  • 승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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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수파드엘릭사 고문/논설위원

바라나시는 ‘역사보다 오래된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아주 오래된 인도 갠지스 강변의 도시이다. 몇 해 전 북인도 여행 중 바라나시에 도착한 필자는 먼저 석가가 처음으로 설법을 한 사르나트(녹야원)를 찾았다. 도시 북쪽에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사르나트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이 “옴마니 반메음”을 하며 스투파 주위를 돌고 있었다. 특히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서 본 부처님 상은 너무나 생생한 느낌이어서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릭샤를 타고 갠지스 강변의 가트로 가는 길은 전혀 딴판 이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와 함께 매연, 쓰레기, 오물이 뒤섞인 지독한 냄새는 아수라장을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동반자가 웃으며 이것이 바로 인도의 향기(?)라고 했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근본 원인을 알게 된 것은 강변 가트에서 열린 힌두교 제례의식을 보고 난 뒤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 나오면서이다. 릭샤와 사람, 소들이 뒤엉켜 있는 도로 양편에는 3~5층짜리 건물들이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공간만을 남겨 두고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 건물들이 바람의 통로를 막아 버려 매연과 지독한 냄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라나시도 그 옛날에는 바람 쌩쌩 부는 강변의 도시였으리라.

원도심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요즘 제주의 공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들어서만 미세먼지 주의보가 3~4차례 발행되었다고 한다. 귀를 의심하며 환경부 자료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제 제주의 미세먼지(PM10) 수치는 서울보다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2018년도 5월 이후 월 별로 제주와 서울이 미세먼지가 많고 적은 달이 비슷하고 올해 1월, 2월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미세 먼지가 극심했을 때는 서울보다 맑은 날이 많았으나 제주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는 날이 이틀이나 되었다. 이후에는 비슷하다가 7월 둘째 주까지는 왠일인지 서울의 공기가 제주보다도 좋은 날이 지속되고 있다.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나 측정소의 위치에 따라 결과는 많이 바뀔 것이고 한라산 중턱이나 제주 해변의 공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서울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 주변의 연동과 구 제주시권의 요즘 공기는 서울보다 반드시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바람 많은 섬’ 제주에서 미세먼지가 많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으나 바라나시의 예처럼 겹겹이 둘러싼 건물들이 ‘바람의 통로’를 막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차량이 정체되면서 내뿜는 매연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려야 하는데 이중 삼중으로 들어선 집과 건물이 바람의 통로를 막고 있는 셈이다. 제2공항 설립을 둘러싸고 찬반이 극명하게 나눠지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고심 끝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환경 문제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의 환경일 것이다. 미세먼지, 교통 정체 등의 환경 문제를 완화시키려면 제주 관문의 통로를 분산시키지 않고서는 별 방법이 없다. 일부의 우려만큼 제2공항이 생긴다고 바로 관광객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제주 관광은 여러 정황상 피크의 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