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길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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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제주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제주 방문이 중단됐고, 중국발(發) 크루즈는 제주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냥 지나쳤다. 관광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제주경제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항공사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제주관광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을까. 아니다. 오히려 제주기점 국내선 항공요금을 일제히 인상했다.

당시 대한항공을 제외한 항공사 대부분이 항공요금을 올렸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제주도민들의 노력과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도내 관광업계는 항공요금 인상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고, 제주도의회는 ‘제주기점 항공운임 인상 철회 촉구 결의안’을 만창일치로 채택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꿈쩍하지도 않았다.

이제 2년여가 지났다. 올해 들어 제주지역 경기는 더욱 침체되고 관광산업은 정체되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앞으로 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 시점에서 항공사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또다시 일제히 항공요금을 인상했다. 2년 전과 판박이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에,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 7~8월을 기점으로 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인상이다. 제주기점 국내노선을 운항하는 7개 항공사 중에서 제주항공을 제외한 6개 항공사가 요금을 올렸다. 역시 도민사회와 관광업계의 비난과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다. 제주항공은 국내선 요금을 인상할 경우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는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지만 다른 항공사들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

현행 항공사업법에는 ‘국내선 항공노선의 여객 또는 화물 운임 및 요금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20일 이상 예고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국내선 항공요금을 인상할 때 20일 이상 예고만 하면 된다.

반면 국제선 항공요금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국제선 항공요금 인가기준은 △해당 사업의 적정한 경비 및 이윤을 포함한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할 것 △해당 사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질이 고려되고 있을 것 △특정한 여객 또는 화물운송 의뢰인에 대해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않을 것 △여객 또는 화물운송 의뢰인이 해당 사업을 이용하는 것을 매우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것 등이다.

국제선은 이런 기준을 따지고 국내선은 그냥 내버려두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내선은 적정한 경비와 이윤을 초과해도 된다는 말인가. 국내선은 서비스의 성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국내선 이용객은 ‘봉’이니 이런 저런 거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국내항공노선 운임결정제도는 국내 항공산업 초창기인 1961년부터 1992년까지 인가제를 실시했고, 이후 신고제로 전환해 1999년까지 운영했다. 이후 다시 자율적 예고제로 전환돼 시행되고 있다. 민간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요금 인상이 반복되고 있다. 물가와 경비가 오르고 경영도 어려워 항공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현 시점에서 올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소비자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주에서 항공은 대중교통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항공사가 민간사업자지만 항공요금을 일방적으로 올리고, 국민들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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