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홍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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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훔쳐보기는 인간의 가장 큰 본능 가운데 하나지 싶다. 현대사회선 몰래카메라가 대표적 사례다. 그 원조는 1948년 미국의 ABC가 방영한 프로그램 ‘솔직한 카메라’다. 진행자의 별난 장난에 속아 넘어가는 시민들의 반응을 숨어서 촬영했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4년에 막을 내렸는데 당시로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1991년 MBC의 ‘몰래카메라’ 코너에 처음 등장해 인기몰이를 했다. 주인공들이야 어이없고 허탈했겠지만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가하면 1996년 방영된 ‘이경규가 간다’ 교통시리즈는 국민의 교통안전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 공로로 정부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몰카의 사회감시 기능을 인정한 셈이다.

▲카메라의 본성은 어둠이지만 밝음을 지향한다. 사물의 형상을 렌즈로 끌어들여 영상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에 충실한 카메라를 기억을 가진 거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몰래’라는 부사어를 뒤집어쓰면 망하기도 한다. 몰카가 일반에 알려지면서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방향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퍼뜨리면서 공포와 분노를 야기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철저한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사람들마저 몰카 범죄를 저지른다. 유명가수나 방송사 논설위원, 성폭력사건 전담 판사 등이 그랬다. 심지어 서울의 한 백화점은 상품 분실을 막는다며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노출되면서 불매운동으로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몰카 처벌죄가 도입된 것이다.

▲이쯤이면 카메라는 아무런 죄가 없는데 사람들의 관음증을 충동한 마물이 돼버리곤 한다.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내장된 이후엔 더 심해졌다.

심각한 건 몰카 범죄가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고, 지인에게 찍힌다는 점이다. 지난해 검거된 불법 촬영자 5400여명 중 19%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44%가 애인, 14%는 친구였다. 2016년부터 면식범 비율은 계속 증가세다.

오늘날의 몰카는 관음과 불신, 의혹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어둡고 끔찍한 단면이다. 피해자는 평생 멍에가 돼 고통을 받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다. 허나 가해자 처벌은 벌금 얼마 내고 나오면 되는 솜방망이니 한심하다. 그나저나 몰카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왔으니 더욱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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