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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구렁이가 처마 끝에 걸려 있어도/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다.”

“내 뺨을 내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고/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몸통도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다산 정약용의 ‘얄미운 모기 증문(憎蚊)’이란 시의 일부다. 다산 선생도 어지간히 모기 때문에 시달렸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여 년 전 다산이 토로했듯 찜통더위나 열대야가 여름나기를 힘들게 하지만 ‘왱’하고 달려드는 모기 한 마리가 주는 공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3㎎밖에 안 되는 작은 덩치지만 앞날개를 초당 250~500번이나 떨어대며 ‘왱’하고 내는 소리는 500~600㎐로 거의 소음 공해 수준이다.

하지만 모기가 전염병을 옮기는 것에 비하면 이 같은 공포는 애교에 불과하다.

피를 빨아먹기 위해 피부를 찌르면서 타액을 주입하는데 이때 각종 병원균까지 함께 넣는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 질병인 말라리아는 지금도 매년 전 세계에서 4억~5억명이 감염되고, 이 중 150만명 정도가 숨진다.

뇌염과 뎅기열 등도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지난 4월 제주에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면서 전국에서 뇌염주의보가가 발령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뇌염경보가 발령됐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인체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초기에는 고열과 두통, 무기력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 장애,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제주지역 모기 개체 수는 지난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일주일 평균 4~10마리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평균 70~90마리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최근 채집된 모기 중에는 작은빨간집모기도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0여 년 전 귀양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한여름 모기에 뜯기는 다산 선생의 괴로움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충분한 공감을 자아내는 것을 보면 모기는 인류의 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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