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날에 헤엄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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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개구리가 어떻게 헤엄는가를 잘 보렴, 손과 발을 부지런히 놀리면 앞으로 쭉쭉 나아가잖아.”

동네 형은 수영 이론을 짧게 한 마디를 남기고는 집으로 향했다.

가름 안에 연못, 여름비가 내리면 연못은 개구리와 맹꽁이가 사이좋게 노래를 부른다. 개굴개굴 울음주머니를 크게 부풀려 우는 개구리, 이에 질세라 맹꽁 맹꽁 소리 높여 대는 이 흥겨운 하모니에 덩달아 춤추는 잠자리의 훌륭한 무대가 된다. 폭염이 끓일 땐 어린이의 물놀이 장이 된다.

일요일이다. 아침부터 용기를 내 연못가에 나가보니, 동네 개구쟁이 들이 떼 지어 모여들어 뜰채로 잠자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며칠를 두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 온 일, 형들과 함께 바닷가로 가려면 수영을 할 줄 모르면 따라 갈 수가 없었다.

형들이 보는 앞에서 자랑스럽게 헤엄을 치고 말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연못은 소들이 물먹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다. 물은 밑바닥이 보이지 않고, 언제나 혼탁한 상태였다. 지금처럼 수영복 같은 것이 따로 있을리 없었으니, 태어날 때 모습으로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눈을 감고 개구리가 헤엄치는 것과 같이 팔과 다리를 오므리고 펴고, 폈다가 오므리고, 하지만 얼마만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한참 후 물 위로 얼굴을 내밀었을 땐 형들이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잘했어, 잘했어, 이젠 형들과 함께 바닷가로 수영하러 갈 수 있어, 데리고 가는 것을 약속했다.

백중날이었다. 예부터 사람들은 백중날에는 해산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모든 질병에 좋다고 해서 물을 맞거나 멱도 감고, 음식을 차려놓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기도 했다. 백종, 중원, 망혼일, 머슴날로 전해지고 있다. 불교에서는 4대명절의 하나인 우란분절이기도 하다.

가슴이 탁 트인다. 선창가에는 덕판배가 몇 척이 고기잡이에 나설 차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내 헤엄은 개구리로부터 배웠다. 어쩌면 개구리가 수영 선생님된 것이었다.

선창벽까지 100미터, 호수에서 물살을 가르는 새끼 오리가 어미오리 뒤를 따라가 듯 동네 형들의 뒤에 바싹 붙어서 개구리헤엄을 치며 따라간다. 천천히 아주 느리고 느리게. 멱감기에 재미를 붙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구리빛 얼굴에 입술이 파래지도록 물속에서 나오지 않은 아이들. “재미있어요 첨벙첨벙 물장구치기, 탁탁탁 물싸움하기, 등 야단법석이다. 집에 갈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으니 그날 밤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요에 멋있게 훌륭한 화가가 붓을 노리듯 세계 지도가 멋있게그려져 있지 않는가.

소싯적에 낭만의 꿈을 키웠든 그 연못, 그 선창가는 매립지로 변했다.

요즘 아이들의 행복과 낭만, 어디로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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