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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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새우깡을 먹다가 잠이 든다/ 다리와 허리를 구부린, 봉지 안의 잠이다/ …봉지 밖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은 더욱 구부러지고/ 새우깡끼리 발 걸친 채 떠다니는 눈부신 바다,/ 봉지 안의 세상은 또 하나의 화엄이다/ …四海가 잡념 없이 은빛 가득한/ 봉지 안은 시방 새우깡의 불국토다’

김세웅 시인의 ‘봉지 안의 잠’이라는 시다.

새우깡 봉지 안에는 새우깡이 몇 개나 있을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새우깡이 봉지 안에서 서로 의지하며 눈부신 바다를 유영하고 있는 걸까. 새우깡은 1971년에 태어났다. 그 당시는 10원짜리 라면땅과 20원짜리 자야 등이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때다. 라면땅과 자야는 지금 안 보이지만 새우깡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가난한 대학시절에는 새우깡이 술안주가 되기도 했다. 그 특유의 짭짤한 맛이 소주와도 어울린 것이다.

어른들은 과자를 많이 먹지 않지만 간혹 새우깡을 먹기도 한다.

같이 나이를 먹는 동질감이 있다.

▲농심은 새우깡의 재료로 서해 꽃새우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미국산 새우 50%를 섞어 쓰다가 올해부터 국내산 새우를 쓰지 않았다. 농심 측은 수입 꽃새우가 국내산보다 10~15% 싼 것은 사실이나 국내산 꽃새우에서 이물질이 계속 나와 외국산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내 꽃새우 주산지인 전북 군산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 지역 어민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농심 측을 압박했다. 심지어 농심 측을 향해 ‘배신자’라는 표현까지 했다. 48년 동안 농심 측에 납품해온 군산 어민을 배신하는 비윤리적 행태라는 것이다.

농심은 군산지역 꽃새우 생산량의 60~70%를 구매해왔다. 그러나 농심이 구매를 중단한 이후 14㎏~15㎏짜리 한 상자당 9만원까지 했던 꽃새우 가격이 2만7000~2만8000원짜리 떨어진 것이다.

▲군산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농심 측도 한 발 물러섰다.

전북도와 군산시 관계자가 지난달 30일 새우 품질을 보장하겠으니 재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농심 측이 받아들였다. 새우깡의 역사가 오래다보니 사람처럼 사연도 늘어나는 모양이다. 좋은 품질의 꽃새우가 들어간 맛있는 새우깡이 생산되기를 기원한다.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새우깡의 광고음악(CM송)은 여전히 귀에 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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