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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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가마우지는 바다의 강태공이라 불릴 정도로 고기잡이에 뛰어나다. 온몸이 그것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 기름샘이 발달하지 않아 깃털은 물에 잘 젖지 않는다. 30m가량 잠수해도 1분 정도 머무를 수 있다. 갈고리 모양의 부리 끝 돌기는 낚싯바늘 역할을 해 한번 잡은 먹이를 쉽게 놓치지 않는다.

어부의 입장에서 굳이 흠집을 들라면 가마우지는 사냥한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가마우지로 고기잡이를 할 때, 목 안에 고리를 끼우고 목 아랫부분을 노끈으로 묶는 것이다. 잡은 것을 삼키지 못하도록 한 뒤 쉽게 꺼내기 위함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가마우지를 이용한 고기잡이가 발달하였다. 중국은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정도다.

▲한·일 ‘경제 전쟁’에서 난데없이 가마우지가 등장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입을 통해서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그는 “이제는 가마우지 경제체제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은 1980년대 말 일본 경제평론가인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가마우지 고기잡이에 빗댄 것이다. 가마우지가 한국이라면, 그 목줄을 쥐고 있는 어부는 일본이라는 소리다. ‘열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이득 보는 사람 따로 있다는 말이다. ‘곰’과 ‘왕서방’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로선 부정하고 싶지만,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난해 화학·기계 등 48개 주요 수입 품목의 경우 일본 제품 비중이 90%에 달했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한국 주력산업의 급소다. 가마우지의 목 아랫부분만이 아니라 가슴까지 묶어 아예 숨통까지 조이겠다는 계략이다.

이제 가마우지의 야생을 회복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잡은 물고기를 토해내지 않고 배 속으로 넣을 수 있다. 가마우지도 살리면서 목줄을 과연 풀 수 있을까. 정치와 경제, 국방, 외교 등 모든 분야가 미증유의 시험대에 섰다.

이런 와중에도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우리 내부에서다. 자발적인 반일 감정을 악용해 어부지리를 노린다면 민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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