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생명 지하수 - ⑧ 도시지역 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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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담수화 성공 '제2의 혁명'

1999년 3월 10일은 ‘섬 속의 섬’ 우도 주민들에게 설촌 이래 최대 경사일로 기록될 만한 날이었다.

담수화사업의 성공으로 이날 통수식을 가짐에 따라 주민들의 최대 숙원이었던 물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날 신인홍 당시 우도노인회장은 “우리처럼 물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라며 “물 걱정이 없어진 지금이 우도면 탄생 제2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섬이라는 특성상 도민의 생활권은 물을 중심으로 해 형성됐고, 수돗물이 보급될 때까지 주민들은 물을 확보하기 위해 험난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일반 도민들의 물을 얻기 위한 과정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었지만 섬 속의 섬인 도서지역 주민들의 물에 대한 갈증은 상상을 초월했고, 물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도서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가뭄이 장기화되면 물을 찾아 고난의 길을 나서야 했다.

추자도의 경우 수원과 봉천수의 저수량이 급격히 줄어 군함과 어업지도선으로 물을 실어 나르는 급수작전이 해마다 되풀이됐다.

심지어 ‘1일 급수, 5일 단수’ 조치가 취해졌는가 하면 행정선으로 공급되는 물은 1인당 열흘에 두 동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마실 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형편에서 빨래나 목욕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제주나 목포까지 나와 빨래를 하고 돌아가곤 했다.

발전소의 경우 냉각수로 바닷물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각종 공사장의 물은 당연히 바닷물 몫이었다.

이 같은 고통은 가파도 등 다른 도서지역 주민들에게도 보편적인 상황이었다.

우도에서는 과거 가뭄이 들면 소와 말을 배에 실어 성산.오조리 등지의 친척집에 맡기고, 사람들은 배로 날라온 물을 ‘약’처럼 먹었다는 게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였다.

염지하수와 저수지 물을 공급받게 된 후에도 물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생활의 불편은 계속됐다.

염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세탁기.가정용 보일러 등 가전제품이 쉽게 부식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하수 관정이나 저수지 또는 가정마다 간이 빗물저장탱크를 설치해 용수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물 문제의 해결은 주민들의 최대 염원이었다.

1965년 우도 출신 재일교포인 정찬흡씨가 가뭄을 겪고 있는 고향에 7만원의 성금을 기탁하자 주민들은 노력 봉사를 더해 300평 규모의 음료수용 저수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저수지는 성금 기탁자의 이름을 따서 ‘정찬흡통’이라고 불렸다.
제주도에서는 1976년부터 우도에 해저수도를 계획하기도 했으나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추자도의 경우 1978년부터 심각한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시추작업을 벌였으나 염분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저수지 확장 공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것도 근본적인 물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1990년대 들어 담수화시설에 대한 기술이 발전해 ‘담수화’가 물문제를 겪는 도서지역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게 됐다.

우도의 경우 기존에 검토되던 해저수도가 예산 및 관리, 지역여건 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당시 정부가 섬지역 식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던 해수담수시설의 도입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1995년 7월부터 담수화사업의 기술 검토 및 주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담수화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북제주군은 사업비 27억4900만원을 투자해 우도면 연평리에 1일 500t의 해수.염지하수를 담수로 바꿀 수 있는 시설을 완공하고, 시험가동을 거친 후 1999년 3월 1일부터 담수 공급에 들어갔다.

해수담수시설은 1996년부터 전국에 19곳이 설치됐으나 대부분 10~40t 규모의 소규모 시설로, 우도의 시설은 국내 최대 규모였다.

우도의 담수화는 염지하수를 끌어올려 여과기와 활성탄여과기를 통해 유기물질을 제거한 후 역삼투막을 통과시킴으로써 염소이온을 제거해 짠맛을 없애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때 미네랄성분도 같이 제거됨에 따라 짠 맛이 없어진 담수에 미네랄 성분을 보강해 가정으로 공급된다.

이 같은 담수화시설이 설치됐는 데도 우도지역은 피서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또다시 물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2001년 추가 증설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우도에서 담수화시설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추자도에도 1일 500t 규모의 시설이 도입됐는데, 2000년 10월 5일 통수식을 갖고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담수시설은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남제주군은 빗물과 삼다수에 의존하고 있는 마라도에 해수담수화시설을 도입하기로 하고 8억5700만원을 투입해 올해중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용역결과 필요한 용량은 30t 규모로 나왔지만, 남군은 마라도를 찾는 관광 수요 등을 감안해 50t 규모의 시설을 내년중에 가동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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