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해녀의 땀과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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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고산포구
북쪽에 차귀도, 서쪽에 수월봉, 동쪽에 당산봉, 남쪽에 평야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 인증···해녀문화축제도 열려
지난 4일 제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 제주시 한경면 소재 고산 자구내 포구를 찾은 바람난장 문화패. 북쪽으로 차귀도를, 서쪽으로 수월봉을, 동쪽으로 당산봉을 끼고 탁트인 너른 평야 위에서 해녀들이 축제를 열었고 바람난장 가족들은 그 속에서 시를 읊고, 노래하고 춤을 펼쳤다. 홍진숙 作, 축제-자구내사람들
지난 4일 제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 제주시 한경면 소재 고산 자구내 포구를 찾은 바람난장 문화패. 북쪽으로 차귀도를, 서쪽으로 수월봉을, 동쪽으로 당산봉을 끼고 탁트인 너른 평야 위에서 해녀들이 축제를 열었고 바람난장 가족들은 그 속에서 시를 읊고, 노래하고 춤을 펼쳤다. 홍진숙 作, 축제-자구내사람들

포구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윤슬로 눈이 부셔 찬란에 닿아 있었다. 제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 한경면에 위치한 고산 자구내 포구다. 자구내는 고산평야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하천을 이르는 말로, 물이 풍부하여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며 마을을 형성했다. 자구내 포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차귀도가, 서쪽으로는 수월봉, 동쪽으로는 당산봉, 남쪽으로는 확 트인 너른 평야가 자리하고 있다. 한 눈에 봐도 수려한 자연환경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수월봉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으로 인증되어 관광객 뿐 아니라 도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물론 그 풍경 속에는 삶의 애환과 아픔의 고락도 함께 묻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이리라.

8월의 첫 주말 이곳 고산포구에서는 제주마을문화원에서 추진하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재활용사업인 해녀문화축제가 열렸다. 바람난장도 축제에 함께했다. 시낭송가 김정희 님의 사회로 무대는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웃음과 감동으로 이끌었다.

평균 나이 70. 한평생 바다가 일터인 해녀들을 버티게 한 건 가족이라는 이름이다. 위험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바다는 하루만 안 가도 몸이 쑤신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떼래야 뗄 수 없는 한몸처럼 숨비소리처럼 바다가 늘 옆구리에서 찰랑거리는 탓이다.

 

플루트 연주자 김경택이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에레스 뚜’를 연주하며 자연과 하나가 됐다. 부드러운 음색이 바다의 심연까지 울린다.
플루트 연주자 김경택이 ‘당신의 소중한 사람’과 ‘에레스 뚜’를 연주하며 자연과 하나가 됐다. 부드러운 음색이 바다의 심연까지 울린다.

그런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부드럽게 쓰다듬는 음악. 플루트 연주자 김경택 님의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레스 뚜가 바다의 심연까지 울린다. 음악은 그렇게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드나들다 하나의 화음을 가지게 한다. 아름답다는 건 이런 순간, 이런 감정이다.

요즘 제주바다는 한치 낚시로 밤에도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 오징어 종류로 다리길이가 짧아서 한치(一寸)라고 불린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치. 바닷가에서는 빨랫줄에 한치를 말리는데 멀리서 보면 흰 손수건을 널어놓은 것처럼 뽀얗다. 시낭송가 이정아, 장순자 님이 퍼포먼스와 함께 김신자 시인의 마른, 한치를 낭송했다.

 

시낭송가 이정아, 장순자가 퍼포먼스와 함께 김신자 시인의 시 ‘마른, 한치’를 낭송했다. 자연과 시어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시낭송가 이정아, 장순자가 퍼포먼스와 함께 김신자 시인의 시 ‘마른, 한치’를 낭송했다. 자연과 시어가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낸다.
바다도 세상도 잠시
오고플 때 있나보다
도대불은 꺼지고 이름만 남은 터에
전선에 빨래 걸리듯 걸려있는 한치들
 
주인이 없었는지
그 한치들 사이에
만원 짜리 지폐 한 장 집게에 물려있다
약간은 장난끼처럼 몰래 걸고 갔나보다
 
비린내도 파도소리도
가스불에 올려놓고
호남 말씨 영남 말씨 뒤섞인 자구내 포구
당산봉 어느 무덤도 노을에 익고 있다
-김신자, ‘마른, 한치전문.
 
 
무용 장은이 전통부채춤을 춘다. 푸른 물결을 타고 초록 잔디밭으로 불어오는 은근한 부채바람이 모두들 마음에 들어앉아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무용 장은이 전통부채춤을 춘다. 푸른 물결을 타고 초록 잔디밭으로 불어오는 은근한 부채바람이 모두들 마음에 들어앉아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어느 새 바다의 붉은 노을빛이 무대로 내려와 있다. 무용가 장은 님의 부채춤이다. 푸른 물결을 타고 초록 잔디밭으로 불어오는 은근한 부채바람. 전통부채춤은 언제어디서든 누구라도 한마음으로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몸짓은 다시 소리로 옮겨갔다. 오현석 님이 리코더로 섬집아기, 등대지기를 잔잔한 파도에 띄운다. 관객들이 잠시 추억에 젖어있는 사이 리코더는 파도를 가르며 저 바다에 누워로 활기를 불어넣는다. 박수에 실린 리듬과 흥겨움으로 무대는 더욱 싱싱하게 빛났다.

바다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어떻게 다를까. 성악가 윤경희 님의 시간에 기대어를 듣는다. 모든 시간은 살아있는 추억이다. 삶을 살아내는 힘이다. 굵고 힘찬 울림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성악가 황경수 님의 떠나가는 배가 들려온다. 멀리 떠나보내는 기다림은 언제나 슬프다. 바다는 한없이 넓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피날레로 윤경희 님과 황경수 님이 함께 부른 물새한 마리 훨훨 자유롭다. ‘노을빛 휘어져 내린 끝 머리위에 위에/비끼어 나는 한 점 생명처럼 고산 자구내 포구의 아름다움은 생명력 그 자체다.

바람난장 끝으로 해녀들의 무대 멸치 후리기와 이어도 사나공연이 펼쳐졌다. 힘든 바다 일이지만 함께 견뎌내고 함께 나누며 고통은 절반으로 기쁨은 두 배로 그렇게 살아온 이다. 바다 내음 가득한 전복죽 한 그릇으로 배까지 든든하게 채우고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고산포구에서 제주마을문화원이 추진하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재활용 사업인 해녀문화축제가 열렸다. 바람난장 문화패도 이 축제에 함께했다.
고산포구에서 제주마을문화원이 추진하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재활용 사업인 해녀문화축제가 열렸다. 바람난장 문화패도 이 축제에 함께했다.

그 무렵 고산 자구내 포구엔 제라한(제대로) 노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오승철 시인의 시처럼 사고 싶은 노을이다. 두고두고 간직하면서 꺼내보고 싶은 그리움이다. 바다가 품은 저 오랜 삶의 풍경들. 한동안 고산포구의 윤슬과 노을이 눈 속에서 출렁, 출렁거리겠다.

사회=김정희
그림=홍진숙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무용=장은
플루트=김경택
성악=윤경희 황경수
리코더=오현석
음향=최현철
반주=김정숙
영상=김성수
사진=허영숙
=김효선
후원=제주특별자치도·제주·제주메세나협회 등

다음 바람난장은 11일 오후 230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 돌빛나예술학교에서 펼쳐집니다. 이날 바람난장은 우리동네관악제와 연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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