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냐 청주냐’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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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10여 년 전 프랑스 언론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를 ‘부시의 애완견’이라고 비꼬자 영국의 한 대중지는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벌레’로 묘사한 보도가 나왔다. 당시 미국의 이라크 공격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가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양국은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앞서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도 농업보조금 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이 설전을 벌였다. 시라크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에게 ‘매우 무례하다’고 화를 내고 자국에서 열기로 한 정상회담을 취소했을 정도다.

이라크전 문제로 촉발되긴 했지만 양국의 이런 갈등은 유럽연합 주도권을 둘러싼 오랜 자존심 대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급기야 일국의 정상을 애완견과 벌레로 칭하는 일까지 벌어진 셈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곧잘 써먹는 독설로는 ‘개’와 ‘나쁜 놈’이 있다. 어느 당은 자당 출신 시장에 대한 수사로 촉발된 설전에서 경찰에게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 한 뒤 ‘정권의 똥개’란 말까지 쏟아냈다. 특정 집단을 넘어 국민을 우습게 아는 언어테러가 아닐 수 없다.

또 한자로는 악한(惡漢), 즉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을 쓴 사례는 허다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친박계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나쁜 놈들’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란 말을 남겼다.

그러더니 올 초엔 정치권에 ‘미꾸라지’에서 ‘꼴뚜기·망둥이’를 지나 ‘양아치’에 이르는 저속어가 꼬리를 물었다. 그것도 공익신고자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말이다.

▲이렇듯 정치하는 곳엔 언제나 설전이 오가기 마련이다.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당일 일식당에서 마신 낮술이 사케니, 청주니 하면서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 조국 전 민정수석도 여당 옹호에 가세했다.

논쟁 수준을 보면 문제 제기나 변명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유래를 찾기 어려운 비상시국에 정치적 리더십은 고사하고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야말로 저급한 정치 논쟁으로 금쪽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이 거칠어지면 국정도 더불어 황폐해지게 마련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저들에게 이 난관의 돌파를 맡겨도 될 것인가. 언제까지 위험한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국회와 정부를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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