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식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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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모 인사가 스스로를 지칭하여 지식인이라고 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은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까?

사람은 온갖 생각을 하고 산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할 때의 생각과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은 다르다”고 할 때의 생각의 범주는 다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생각을 한자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학자들에 의해 설명되어야 할 문제이므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간단히 내 생각을 말하자면, 과거의 생각은 想, 현재의 생각은 念, 미래의 생각은 思라고 해야 한다. 예를 들면 “想念에 사로잡히다.”라는 말은 ‘과거의 생각(想)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생각(念)에 사로잡히는 것’이고, 思想이라고 함은 과거에 해온 생각(想)을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생각(思)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이며, “念思가 있다”라는 말은 “지금(念)으로부터 앞으로(思) 어떻게 할 생각이 있다”는 말인 것으로 보아, 이 구분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논어에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라는 말이 있다. 사실 罔을 ‘없다’라고 한, 일반의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따르면, “스승이나 책을 통해 열심히 배우지만 자기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 스승이나 책에서 가르치는 내용 즉 그들이 쳐 놓은 그물에 갇혀(罔은 본래 그물의 모양을 그린 글자이다.) 헤어 나오질 못하고, 생각은 열심히 하지만 책이나 남에게 배우지 않고 혼자 공상만 하면 위태롭다는 말이다.

즉 진정한 배움이란, 스승이나 책을 통하여 배워서(學), 그 배움을 바탕으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것을 깊이 생각하여(思),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남의 지식 몇 줄 기억하여, 듣자마자 곧바로 말하는 口耳之學(구이지학)의 재주로는 지식인이 될 수 없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과거에 잘못한 것이 있었으면, 깊이 반성하고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도록 고민하는데 있지, “과거에는 어쩌고저쩌고 했다.”고하며, 역사적 사실이나 나열하여, 억지를 부리자는데 있지 않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공부할 때면,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손에 연필을 들고 써보라고 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그런 말은 사라지고 없다.

사실 요사이에는, 온갖 정보와 사전이 컴퓨터에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없으면 공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도 책 등을 쓸 때면 거의 모든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철학 책과 같이 생각을 필요로 하는 책을 볼 때는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 앉는다.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은 정보를 얻는 시간이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생각하고 소화하는 시간인 것이다.

많고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남이 한 말을 찾아, 제 말인 양 옮기는 사람을 누가 지식인이라고 했는가?

아직 한참 공부해야할 젊은 나이에 책은 보지 않고 사회참여 한답시고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사람치고 학문이 온전한 사람도 없고, 공부한답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 시도 때도 없이 페북질을 하는 사람치고 학자다운 학자는 없다.

한 학교에 세계적인 학자도 있지만, 수년간 논문을 못 써 제때 승진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나, 얼간이는 꾸미는 것과 선동질에 능해 가짜가 더 진짜 같으니, 그들을 더 학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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