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가 증명하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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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지난 8월 3일 토요일 저녁, 해녀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치러진 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의 네 번째 정기연주회 ‘한여름 밤의 꿈’을 관람했다.

90여 분 동안 진행된 연주는 그야말로 한여름 밤 꿈속 세상을 거닐게 했다. 낯익은 곡이 연주되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손과 발로 박자를 따라하고 어린 아이들은 악기 연주 흉내를 내거나 지휘자를 따라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연주를 감상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취했는지 요란하던 매미들도 숨죽이고, 어르신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을 돋우었다. 관객들은 연주가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답례하며 연주회를 즐기고 있었다. 화답하듯 무대 위 어린 연주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악기를 다루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이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토록 진지하게 진행될 수도 있음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기회였다.

모든 이들의 아쉬움 속에 연주된 앵콜송은 뜻밖에도 애국가였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하는데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과 맞물려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한인 청소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국 시애틀 패더럴웨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연주되었기에 그 감동은 더했다.

전문음악가 양성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양보하고 협동하며 목표를 이뤄 가는 과정을 배우기 위해 지난 2014년 9월에 창단된 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는 구좌읍 내 해바라기·우리하도·종달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로 구성되었다. 혹시나 이들의 실력을 취미교실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큰 오해다. 이미 이곳 출신으로 음악 관련 학과에 진학한 선배들이 여럿 배출됐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 꿈의 여운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이런 수준의 청소년오케스트라를 키우고 유지하며 지역의 자랑으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결국 지역의 미래를 자본이 아닌 아이들에게서 찾은 지역주민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하는 해답을 찾아냈다.

청소년오케스트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서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엘 시스테마’를 이야기한다. 일부에선 그 겉모습에만 혹해 섣부른 흉내를 내려 한다. 하지만 음악교육을 통한 아이들의 성장보다는 단체와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얕은 수에 흐지부지된 사례가 적지 않다. ‘구좌의 엘 시스테마’를 꿈꾸며 창단된 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 역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없지 않았겠지만 아이들이 꿈꾸며 살아갈 마을을 생각하며 멀리 내다본 지역주민들의 선택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어 다행이다.

도시재생, 마을 살리기를 이야기한다.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백 억을 투입한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예산을 쏟아 붓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도시를 살려내고 마을을 살려내기 위한 일의 시작과 끝은 아이들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있음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이다. 이제 눈을 돌려 우리 아이들의 삶과 현실을 살피고 보듬을 때다. 도시와 마을을 살려내고 지켜낼 최고의 자산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구좌청소년오케스트라’가 보란 듯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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