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로 지정 안 된 천연동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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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재된 비지정 문화재 동굴 훼손 가속화
개인·마을 주민 무단 활용…道, 알고도 묵인 '논란'
‘초기왓굴’ 수십년 간 젓갈공장으로 사용…민원 제기 '원상복구' 명령
“비지정문화재 관리 근거 마련해 체계적 보존 필요성”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 비지정 천연동굴 ‘초기왓굴’이 한 민간업체의 젓갈 숙성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 비지정 천연동굴 ‘초기왓굴’이 한 민간업체의 젓갈 숙성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존 가치가 있는 천연동굴이 관리 소홀로 방치되거나 개인이 무단 점유하면서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문화재로 지정된 천연동굴은 15개소,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 동굴은 146개소다. 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비지정 천연동굴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제주지역에 산재된 비지정 천연동굴 가운데 일부는 개인이나 마을 주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소재한 비지정 천연동굴인 초기왓굴은 민간 업체가 약 30년 동안 젓갈 숙성 장소로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연동굴은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관리되는데 현상을 변경하거나 활용하려면 문화재청이나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동굴 사용에 대한 허가 없이 동굴을 활용해 왔던 것이다. 특히 초기왓굴은 동굴 등급 평가 결과 급에 속해 매장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할 필요가 있는 천연동굴로 분류되는데 무단으로 점유되며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이 업체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업체는 대체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장소를 옮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주도는 예전부터 이 업체가 동굴을 젓갈 보관 장소로 활용했다는 걸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관계자는 젓갈 숙성 공장으로 활용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난해 민원이 접수돼 현황 조사를 실시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가치 있는 초기왓굴을 비롯해 천연동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동굴 대부분이 비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관리 등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재원 제주문화유산연구원장은 비지정문화재는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는데다 문화재 돌봄 사업이나 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정 문화재 위주로 되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하반기부터 연차적으로 제주지역 천연동굴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천연동굴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비지정문화재를 상시 관리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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