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단짝
영혼의 단짝
  • 제주신보
  • 승인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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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정해진 필연은 언제 만나 질까 순간 감정에 이끌려 불꽃 같은 열정을 피우다가 아니다 싶으면 슬픔도 남지 않는 이별 인사로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고 언제 그랬냐 머리에서 지워낸다. 어린 시절 해바라기 사랑은 재미있는 추억의 한 장면을 남겨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준다.

화가이면서 아름다운 글로 감동을 선물해주며 누구라도 금방 친구가 되는 이가 있다. 행사를 주최한다 해서 자리를 채워주고, 간단한 다과에 뒤풀이를 마치고 나오는데 조심스럽게 다가서더니 할 말이 있다며 따로 만나잔다.

별생각 없이 그러자 했다. 몇 차례 오늘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다가 실은 문제가 있단다. 얼마 전부터 몸이 이상한 신호를 보내고 무기력해져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니 암이라는 충격적인 선고를 받았단다. 의사는 수술하고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하는데 그러기 싫단다. 모든 원인을 알기에 그럴 필요가 없단다. 의지로 이겨내겠단다.

일찍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입시를 앞두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업을 마치고 꿈을 이루기에는 모든 게 부족해 주저하던 차에 한 남자를 만나 정을 주었는데 심각한 난관에 부딪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단다.

그러고 나서 지금의 남편을 같은 직장학교에서 만났는데 적극적인 구애에 애정 없이 허락을 했단다. 그런데 습관처럼 과거를 들먹인단다. 몇 차례 싸움도 있었고 그만하자 다짐도 받아냈지만, 그때뿐 도돌이표란다.

큰 잘못도 없이 죄인이 되어 참고 지냈는데 이게 또 시댁과 갈등을 만들어 이번에는 거의 2년 동안 말 문을 닫았단다.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이게 화근이 되었단다. 그래서 내일 이혼을 하기로 했는데 법정에 안 나타날까 걱정이란다. 부끄럽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도움을 달란다. 누구 편보다는 딱한 사정이고 양쪽을 위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찾아왔다. 어렵게 정리하고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해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맞은편 집에 처지가 비슷한 분이 살았단다.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이 순간의 소중함이 이미 정해져 있던 수순처럼 그림으로 그려진단다. 영혼의 단짝이요 약속이다.

모든 게 새로워지니 그때 심각함은 오진이었을 거라 생각하면 편해진단다.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그의 앞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