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보호한 노거수가 제주 숲을 살렸다
주민들이 보호한 노거수가 제주 숲을 살렸다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9.08.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 100년 전 노거수 1013그루가 현재 숲 면적 3배로 확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촌에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팽나무가 무성히 가지를 뻗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촌에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팽나무가 무성히 가지를 뻗고 있다.

일제 강점기 수탈과 땔감 이용으로 사라졌던 제주의 숲들이 주민과 마을 공동체가 노거수(老巨樹)를 소중히 보호하면서 숲 면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년 동안 제주도 숲 면적은 3배가량 늘었으며, 100년 전 노거수의 40%가 현재의 숲을 형성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주 숲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1918년 제작된 고지도인 조선임야분포도(朝鮮林野分布圖)를 활용, 숲의 역사와 노거수 분포 특성에 관한 연구를 했다고 13일 밝혔다.

조선임야분포도 따르면 100년 전 제주도에는 1013그루의 노거수가 있었고, 주로 해발 600m 이하의 저지대 민가 주변을 포함한 섬 곳곳에 분포했다.

노거수 분포는 제주시 584그루(57.7%), 서귀포시 429그루(42.3%)였다. 지역별로는 성산읍 199그루, 구좌읍 129그루, 애월읍 115그루 등에 많은 노거수가 존재했다.

이 나무들이 오늘날 제주 숲의 형성과 발달에 기여하고, 씨앗을 공급해준 중요한 어미나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고지도와 현재의 제주 숲지도를 비교분석한 결과, 제주의 숲 면적은 271.2㎢에서 784.2㎢로 3배나 증가했다. 노거수 중 40%에 해당하는 405그루가 숲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최병기 박사는 “오늘날 제주의 숲이 잘 보존돼온 것은 마을 인근과 주변의 노거수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해온 제주도민의 오랜 수고와 헌신의 결과”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이어 “앞으로 노거수와 산림의 연관성에 관한 추가 연구를 통해 제주지역 산림 훼손지와 병해충 피해지의 복원 방안에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제는 한라산의 목재를 수탈하기 위해 임도인 ‘하치마키 도로’를 조성했다. 하치마키(鉢券)는 일본어로 ‘머리에 두른 띠’라는 뜻으로 임도 모습이 한라산에 머리띠를 빙 두른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제주의 수목은 일제의 자원 수탈과 4·3사건을 거치면서 많이 소실된 가운데 도민들은 마을과 그 주변의 노거수를 신목(神木)으로 여겨 목재나 땔감으로 베어내지 않고 소중히 보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