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
망초
  • 제주신보
  • 승인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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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묵정밭을 일궜다. 일 년 동안 다시 버려뒀더니 잡초가 무성하다. 그중 가장 기세등등한 게 망초다. 꽃이랄 것도 없을 만큼 보잘것없는 아주 자잘한 꽃, 누가 유식하게 한자어로 이름을 붙였는지 소연초라 한다.

망초는 조선 말기에 들어온 귀화 식물이다. 일제강점기로 나라가 망한 시기에 들어와 왕성하게 번식하는 바람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을까. 대부분 이름 앞에 ‘개’를 붙이면 볼품없는 게 많다. 그런데 망초는 개망초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다. 꽃도 하잘것없고 꽃대도 개망초와는 달리 속이 비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작은 꽃을 제 몸 가득 피워 수많은 씨앗을 퍼뜨려 농지를 점령해 버린다. 농부에게 천대를 넘어 원수 같은 잡초로 인식되어 왔다.

대한민국 농지에 흔하다 못해 제 집 앞마당인 양 망초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쩌랴, 사람도 다문화 시대인 걸. 그도 이젠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려 살고 있으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밉다고 배척만 할 게 아니라 적당한 수용으로 쓸 용처를 알아내어 타협함이 상생하는 길일 것이다. 역시 우리 국민은 대단히 지혜로운 민족이다.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냄은 물론 위장염, 복통에 약효가 있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꽃말이 ‘화해’라 하니 이만하면 외래식물로서 천지를 점령했지만,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고 살아왔다. 그런데 침략은 해 보지 않은 착한 나라라고 내세운다. 매일 두들겨 맞고 들어온 자식에게 속을 끓이며 잘했다고만 해 왔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당쟁으로 국익을 소진해 왔다. 동족끼리는 만날 싸우면서 외세엔 관대함을 자랑하는가.

요즘 우리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함을 넘어 위험하기 그지없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국민성은 자기네끼리 헐뜯고 싸우는 게 오랜 전통인 국가라고 비꼰다고 하니 복통이 터진다.

촛불과 태극기, 전 정권과 현 정권, 법조인도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악을 쓰고, 당쟁을 위해서는 국익도 안보도 안중에 없는 듯 보이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들인가. 거기에다 칼을 뽑아 든 아베, 경제 전쟁이 시작되었는데도.

여야가 조금만 흠 잡을 일 생기면 물고 늘어져 험담이니 국민은 이제 지쳤다.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하여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우린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당파 싸움으로 몰고 갈 것인가. 언제까지 내 편만 위하며 편 가르기 할 것인가.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한다면 내 편의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는가. 자식이 잘못하는데도 내 자식이라고 편드는 부모 꼴 아닌가.

민초의 생각이다. 적폐청산 옳다. 하지만 국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했으면 한다. 국민에게 했던 공약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것과 국익에 반한다면 안 지켜도 된다. 야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협조할 건 하고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국익을 위해 양보도 하면서.

국민은 깨어 있다. 당신들 잘못 모두 알고 있다. 내 편 드는 사람이 있다고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것이다. 망초가 들어왔던 그때를 생각하며 모두 하나가 되어 손잡았으면 좋겠다.

허우대를 키운 망초 하나를 힘주어 당겼다. 뿌리를 드러낸 녀석을 멀리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