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동산서 펼쳐지는 자연과 인간과의 생태체험
동백동산서 펼쳐지는 자연과 인간과의 생태체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람사르습지·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
먼물깍, 예로부터 주민 생명수 역할
울창한 산림에 다양한 동식물 서식
4·3 학살 현장 ‘한 맺힌 역사’ 간직
숲길 트레킹·천연염색 체험 등 열려
마을 해설사가 4·3사건 학살 현장인 동백동산 도틀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을 해설사가 4·3사건 학살 현장인 동백동산 도틀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명이 시작되는 곳, 습지를 품은 마을 제주시 조천읍 선흘1. 선흘1리에는 원시 숨소리가 느껴지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 화산섬 제주가 만들어 놓은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 동백동산이 있다.

용암이 식어서 굳은 크고 작은 바위덩이와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있는 곶자왈지대 숲인 동백동산은 난대상록활엽수의 천연림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지방기념물(10)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2011년 동백동산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고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로 지정됐다.

선흘1리 마을주민들은 이 생명의 보고 동백동산 곶자왈을 활용해 생태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습지생태교육 프로그램을 방문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백동산, 신비한 산림습지

선흘곶 동백동산은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으로 불리고 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바람 불어 설움 날에 말이예요/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동백동산의 동백들은 노랫말처럼 많은 꽃을 피우지는 않아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보호림으로 지정되고 벌목이 금지되면서 다른 나무들이 빠른 성장을 하는 동안,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가 해를 보기가 힘들어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위로만 향하면서 꽃을 피울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의 다른 지역이나 타지방의 동백처럼 화려하고 많은 꽃을 피우지 않지만 동백동산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운치를 주고 있다.

동백동산이 품은 보물 먼물깍

1만년 전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뿌리 내린 숲, 곶자왈.

은 수풀을 의미하는 제주어고 자왈은 얼기설기 엉성한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지형 위에 나무와 덩굴 등이 엉클어져 있는 곳을 뜻한다.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엉성한 돌무더기 지형에 나무와 덩굴 등으로 이루어진 숲을 의미한다.

돌무더기인 곶자왈 지대는 많은 비가 내려도 물이 고이지 않고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 함양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이처럼 곶자왈 지역은 많은 비가 내려도 바위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 잘 고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곳 동백동산에는 다른 지역의 곶자왈과 달리 소규모 습지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습지로 먼물깍이 있다.

동백동산의 대표 습지로 선흘1리와 동백동산명의 상징이자 이 지역 주민들의 생명수였다.

울창한 숲길이 끝나고 하늘이 탁 트이며 나타나는 먼물깍은 탐방객들에게 시원함과 평안함을 선사한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이라는 뜻으로 먼물과 끄트머리를 이르는 제주어 이 합쳐진 이름으로 먼 곳 끄트머리에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큰 습지는 마소를 먹이고 빨래도 하던 곳이고, 작은 습지는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1971년 이 지역에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먼물깍을 비롯 동백동산에 산재한 습지에서 식수를 구했다.

먼물깍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로 과거 마을 주민들이 먼물깍에 기대어 살아왔으며 현재 다양한 동식물들이 이곳을 삶의 터전 삼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체험 참가자들이 먼물깍을 거닐고 있다.
지난해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체험 참가자들이 먼물깍을 거닐고 있다.

생명의 보고, 동백동산

동백동산은 다른 곶자왈처럼 빗물이 바위 틈으로 스며들고, 인근에는 사철 마르지 않은 습지가 있어, 빛 한줄기 내리쬐지 않는 울창한 산림에 일정하게 습도가 유지돼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제주도룡뇽과 북방산 개구리, 참개구리, 청개구리, 맹꽁이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고, 이들을 먹이원으로 하는 누룩뱀과 도마뱀, 줄장지뱀, 실뱀, 유혈목이와 대륙유혈목이, 쇠살모사 등의 파충류도 이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동백동산 곶자왈에는 동백나무뿐 아니라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도토리열매를 맺는 나무들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휘파람새, 작박구리, 흰배지빠귀, 호랑지빠귀, 동박새, 박새, 방울새, 비둘기, 어치, 원앙 등도 이곳에 둥지를 틀어 생활하고 있다.

특히 휘귀 조류인 팔색조와 삼광조는 물론 뻐꾸기, 두견 등도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다양한 조류를 먹이로 하는 벌매,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 맹금류 의 힘찬 날갯짓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노루에게도 동백동산은 포근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 동백동산

동백동산은 피와 한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제주근대사의 가장 큰 아픔인 제주 4·3사건의 학살 현장이다.

동백동산의 도틀굴은 4·3사건 당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숨어 지낼 수 있도록 은신처가 됐다.

하지만 19481123일 굴에 피신했던 한 주민이 물을 길러 나갔다가 수색대에 발각되면서 도틀굴에 숨어 있던 주민 25명 중 18명이 현장에서 몰살당하고, 나머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다.

결국 다른 굴에 은신해 있던 150여 명 중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40여 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지난해 열린 생태문화체험 천연염색 체험 모습.
지난해 열린 생태문화체험 천연염색 체험 모습.

힐링과 휴식의 동백동산

생명의 보고이자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동백동산을 둘러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겨울에는 따스함을 선사하는 동백동산 곶자왈은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휴식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곳 동백동산에서 동백동산의 모든 생명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뜻 깊은 행사가 열린다.

바로 선흘곳 람사르습지 생태문화체험 행사. 선흘곳 동백동산위원회(선흘리·제주신보)가 주최·주관하고,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고 있다.

오는 10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동백동산 일대에서 동백동산 숲길 트래킹을 비롯해 환경 관련 워크숍, 천연염색 체험, 전통음식 체험, 생태건강학교 및 다양한 공연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 동백동산의 매력을 느끼고 동백동산이 내어주는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