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인 7월 말 파종을 했는데 당근 싹이 나오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18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당근 농사를 짓는 허광호 한동리장은 가뭄으로 재파종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 이장은 “파종을 한지 10일이 지나면 당근 싹이 올라와야 하는데 큰 비가 내리지 않아서 발아가 되지 않았다”며 “드문드문 소나기가 내렸지만 2주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바짝 마른 땅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주지역 당근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구좌읍지역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파종한 당근 싹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단비가 내렸지만 한낮 33도에 이르는 무더위로 일부 당근 밭은 황토처럼 갈라지고 모래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매년 여름 당근 파종기에 구좌읍지역에서 가뭄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농업용 공공관정이 51곳에 머물고 있어서다. 이는 대정읍(130곳), 애월읍(121곳), 한경면(116곳) 등 다른 지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좌읍은 농업용 관정 구경도 다른 지역의 절반 크기인 25㎜에 불과해 가뭄이 들 때마다 연일 밤낮으로 물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6일 농업기술원과 농협, 한국농어촌공사 등 기관 관계자들과 가뭄 예방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스프링클러와 양수기, 물저장조(물빽)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도는 지난 8월 10일 전후로 당근 재배 예상면적 1444㏊ 중 80% 이상은 파종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고 가뭄에 대비, 급수 지원 대책을 수립했다. 동원 가능한 급수 차량은 소방차 30대, 레미콘 차량 50대, 액비운반 차량 30대, 물차 12대 등 모두 122대다.
제주도는 양배추, 브로콜리, 콜라비 등 작물도 오는 20일부터 모종을 밭에 이식함에 따라 가뭄 해갈 때까지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도내 전 밭작물의 급수율을 91%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1447억원(국비 80%·지방비 20%)을 연차적으로 투입하는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관정 개발 58곳, 용천수 개발 6곳, 대용량 저수조 58개, 연계 관로 504㎞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농업관정이 부족한 구좌읍지역에선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당근 밭 등에서 초기 가뭄을 보이면서 급수 지원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연차별로 국비를 확보해 동부지역에 우선적으로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