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老巨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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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산천단(山川壇)은 제주시 아라동에 소재한 제단이다. 제주도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한라산신제를 올리는 곳이다. 그곳엔 천연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된 곰솔 8그루가 있다. 곰솔은 높게 자라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이다. 줄기가 검다 하여 흑송(黑松)이라고 한다.

산천단 곰솔의 높이는 25~30m, 둘레는 3.4∼6m에 이른다. 수령은 500∼600년으로 추정된다. 국내 곰솔 가운데 가장 오래된 노거수이다. 숱한 풍파를 견디며 기나긴 세월 동안 산천단을 지켜온 셈이다. 제주의 풍토와 제의(祭儀) 문화성을 그대로 간직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노거수(老巨樹)는 노수(老樹)와 거수(巨樹)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오래된 큰 나무’를 말한다.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서 전설이나 고사가 담긴 노거수가 적잖다. 천연기념물·보호수 등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당산목(堂山木), 정자목(亭子木), 풍치목(風致木) 등이 해당된다.

그렇다면 100여 년 전, 제주에 노거수가 얼마만큼 있었을까. 1918년 제작된 고지도 ‘조선임야분포도(朝鮮林野分布圖)’에 따르면 모두 1013그루의 노거수가 섬 곳곳에 분포했다. 성산읍(199그루), 구좌읍(129그루), 제주시내(118그루) 등 순으로 많았다.

▲숲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해 주는 근원적 공간이다. 물 저장, 공기 정화, 기후 조절, 생활물자 공급, 야생 동식물 서식, 토양 유실 방지, 휴양·치유 기능 제공 등 그 공익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점에서 숲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제주엔 이런 숲이 784.2㎢에 달한다. 100년 전후 271.2㎢보다 무려 3배 가량 증가했다. 그중 노거수의 40%를 차지하는 405그루가 이 같은 숲을 형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숲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면서 씨앗을 뿌리는 어미나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도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일제의 수탈과 끊임없는 벌목 압력에도 노거수를 소중히 보호해 온 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남아 있는 노거수는 겨우 159그루에 불과하다. 제한 수명, 태풍, 병해충 등 자연적 요인 못지 않게 무분별한 개발 등 인위적 교란 탓이 크다.

우리가 새겨 들여야 할 대목이다. 노거수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방안이 시급한 이유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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