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우리 아들이 있어요.” 한 어머니의 간곡한 외침이 울려퍼졌던 2001년 3월 4일 서울 홍제동의 주택화재. 골목 이면도로 양쪽을 빽빽하게 채운 차들로 출동로가 확보되지 못한 소방차가 진입에 애를 먹었다. 당시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 소방차를 세우고 소방 호스 12본을 이어 붙이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화재 진압 및 구조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재진압 중 노후된 건축물이 높은 화열로 붕괴되며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에 인재가 겹친 소방 역사상 가장 최악의 참사 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홍제동 주택화재 이후 소방관서에서는 신속한 소방차량 출동을 위한 정책이 힘을 받았다. 소방차 통로확보, 길 터주기 훈련, 교통신호제어시스템 설치,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을 통해 상당 부분을 개선하면서 화재 현장 도착시간을 줄여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비양심적 불법 주·정차 및 무관심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방출동로 확보는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하다. 최근 소방기본법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는 등 법률이 강화되고 지속적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보다 우리는 소방출동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홍제동 어머니의 간곡한 외침. 나의 외침 혹은 나를 향한 외침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있다는 말에 주저하지 않고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든 홍제동 순직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며 소방출동로 확보에 동참해 주길 당부드린다.
양원석, 서부소방서 현장대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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