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여행허가제(ETA)에 대해 제주도가 반대 입장을 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는 2017년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가 ETA 도입을 추진했던 걸 번복하는 조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법무부는 예산 및 인력 등의 어려움으로 그 시기를 조정할 순 있지만 ETA를 꼭 시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ETA는 무사증 외국인이 국내 입국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권 정보와 체류지 숙소, 연락처 등을 입력해 사전 여행 허가를 받는 제도다. 캐나다·호주 등지에서 시행 중이다. 무사증 입국 외국인의 불법체류가 늘면서 입국심사가 강화되자 순수한 관광 목적의 외국인까지 불편을 겪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법무부는 무사증 입국자의 강력범죄, 불법 고용 등의 문제가 커지자 제주에서 내년 하반기 ETA를 시범 실시한 후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제주도는 당초 ETA 도입을 건의했다가 최근 입장을 바꿨다. 제주만의 무사증 입국 제도의 장점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 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제주의 주요 정책이 이리 쉽게 오락가락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주는 근래 무사증 입국자의 무더기 난민 신청과 조직적 무단이탈, 강력범죄 등 전에 없던 신종 외국인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외국인 범죄는 2015년 393명에서 2018년 631건으로 3년 새 61% 증가했다. 불법 체류 외국인도 2013년 1285명에서 2015년 4913명, 2017년 9846명, 지난해 1만3450명까지 치솟았다.
제주경찰청은 무사증을 악용한 외국인 범죄 예방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이 문제를 경찰에만 맡겨서도 안되지만 그 본질이 훼손되는 무비자 제도의 보완 차원에서 ETA 도입을 검토할 때라고 본다. ETA의 장단점 분석과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양적 성장에 의존해온 제주관광의 기초체력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