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신언서판(身言書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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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중국 당나라 시대 관리를 선발하던 네 가지 기준이다. 외모·언변·문장력·판단력을 말한다. ()은 겉으로 드러난 풍채와 용모를 뜻한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외모다. 체격이 적당하고 미남이면 호감을 준다. 이는 오늘날 대인관계에서도 상당히 유효하다. 그래서 첫인상과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은 말솜씨를 말한다. 때와 장소에 맞게 자신의 의도를 적절한 언어로 유창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애쓰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는 필체와 문장력이다. ()을 숭상하는 사회에서 수려한 글씨체와 뛰어난 문장력은 그 사람의 가치를 높여준다. ()은 판단력이다. 관리라면 모름지기 어떤 일이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에 따라 찬사를 들을 수 있고,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신언서판을 논하면서 떠오른 인물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일단 외모가 눈에 띈다. 미남형인 데다 키도 크고 체격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다. 눈매는 시원시원하고 헤어스타일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텀블러(tumbler)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도 어색하지 않다. 예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직후 참모들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거니는 장면이 화보처럼 돋보일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민정수석이던 그의 출연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외모는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는 데 유리하다.

언변과 문장력은 민정수석 시절 국회 출석에서 보듯이 여타의 정치인에게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 최연소 입학과 26세에 울산대 교수 임용, 서울대 교수 등의 이력이 더해진다. SNS를 활용해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판단력 부분이다. 현재로선 유보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를 남겨두고 있어서다. 각종 의혹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그의 신언서판에 대한 민심의 최종 평가는 여기에 달렸다고 본다.

조국 정국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뜨겁다. 여론은 장관 지명 초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마치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처럼 초나라의 노래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가자니 뒷길도 엉망진창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잃는 것도 많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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