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친할 친(親)’자는 ‘설 립(立)’자와 ‘나무 목(木)’자, ‘볼 견(見)’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감정적인 관계가 매우 친밀하다라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친하다, 가깝다, 사랑하다, 가까이하다, 사이좋다, 손에 익다’ 등 대부분 좋은 의미를 가진다.
한데 친(親)자 뒤에 나라 이름 첫글자를 붙이면 사뭇 달라진다. 친미, 친일, 친중, 친러 등이 그 예다. 그 나라와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 내포돼 있지만 우리에겐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그중 친일이 유독 더하다. 역사적인 영향과 정서적 요인 탓이 크다.
▲친일파(親日派)는 말 그대로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무리’를 일컫는다. 사전엔 ‘일제 강점기에, 일제와 야합해 그들의 침략ㆍ약탈 정책을 지지ㆍ옹호해 추종한 무리’라는 뜻도 들어 있다.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매국노라는 이미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1948년 9월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그 후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면서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ㆍ식민통치ㆍ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ㆍ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로 규정했다.
▲8ㆍ15 광복 74주년을 맞은 현재에도 일본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한다. 신(新) 친일파가 바로 그들이다. 주로 일본 우익사관에 동조해 일본 극우세력과 동일한 주장을 펼친다. 일본 사회 내 험한을 고조시키고 험한 감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들의 논리는 한 마디로 ‘우리보다 강한 일본에 굽히고 살아야 한다’는 거다. 꺼림칙한 건 일본 정부와 우익 기업이 신친일파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의 유망한 인재들을 상대로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 일본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조성하고 있다는 게다.
▲요즘 일제 식민지 지배의 합법성을 강조하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화제다. 일본군 위안부ㆍ노무 동원의 강제성 부정, 일본의 지원 덕에 조선 발전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겨 사실상 ‘친일 서적’이란 비판에도 2주 연속 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게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만큼 극우ㆍ친일 세력이 암약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다. 물론 호기심이 겹친 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 치더라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자칫 신친일파가 득세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위기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