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백조
검은 백조
  • 제주신보
  • 승인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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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동물에 빗댄 용어가 의외로 많다. 금융시장에서도 많이 쓰는 매파비둘기파는 베트남 전쟁 때 등장했다. 전쟁을 계속하자는 강성파를 매파,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온건파를 비둘기파라고 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 회색 코뿔소도 있다. 부동산 거품이나 국가 부채 등 버거운 난제를 거론할 때 쓰인다.

하얀 코끼리는 비용만 많이 잡아먹으면서 쓸모가 없는 걸 말한다. 애물단지 경기장이 대표적이다.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사료비가 많이 드는 흰색 코끼리를 하사해 파산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유용한 정보는 방 안의 코끼리’, 먹기엔 양이 적고 버리기엔 아까운 걸 비유할 땐 계륵같다고 한다.

근래에는 검은 백조(black swan)’가 종종 쓰인다. 발생 확률이 극히 낮지만 한 번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한다. 20019·11테러, 2008년 국제금융위기, 2011년 후쿠시마 사태 등이다.

미국 월가 투자분석가 나심 탈레브가 2007년 저서 블랙 스완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할 때 인용했다. 당시 그는 금융위기를 예언했다가 업계에서 쫓겨 날 뻔했지만 큰일이 터지고 나서 일약 스타가 됐다.

검은 백조는 서양인들이 1697년 호주 대륙에 진출했을 때 처음 발견됐다. 그전만 해도 백조는 무조건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불가능하다고 인식한 상황이 실제 발생할 때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과거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 행동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인간이 미래의 일을 미리 알기란 어렵다. 하지만 근래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회색 코뿔소블랙 스완이 걱정된다.

·중 무역 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한반도 영공을 제집 드나들 듯 침범하고,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쏘아 대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침묵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심각한데 외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하고 정치인들은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다. 이러다 탈레브 교수가 경고한 검은 백조가 부지불식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신뢰할 리더십과 미래가 송두리째 사라진 것 같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