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는 계절, 農心은 불안하다
씨를 뿌리는 계절, 農心은 불안하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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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농부는 넓은 들판을/ 오가며 멀리 씨를 뿌리고/ 손을 폈다가는 다시 시작하고/ 나는 숨은 목격자, 혼자 쳐다봅니다/ 떠들썩한 소리 들려오는 저 그림자가/ 장막의 깃을 펴며/ 별나라에까지 이를 듯해/ 나는 씨 뿌리는 이의 장엄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는 시를 뿌리는 계절이라는 시에서 들녘에서 씨를 뿌리는 농부의 모습을 이렇듯 장엄하게 묘사했다.

씨를 뿌리는 것은 희망을 심는 것이다. 그 씨앗에는 농부의 절실한 소망이 담겨 있다.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 8, 9월은 제주지역이 주산지인 월동채소들을 파종하는 시기다. 월동무와 양배추, 당근을 비롯해 조생양파와 마늘도 7~9월 사이 파종하고 겨울을 지나면 수확한다.

올해도 제주지역 농민들은 뙤약볕에서 굵은 땀을 훔치며 희망을 심었다. 그런데 희망보다는 불안감이 앞서오는 게 현실이다.

농민들이 월동채소를 파종하고 정식하고 있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벌써부터 과잉생산, 가격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월동채소 파종을 앞둔 지난 7월 열린 수급안정 전망대회에서는 걱정스러운 예측이 더 많았다.

월동무는 재배의향면적이 전년보다는 줄지만 평년보다는 증가해 가격하락이 우려됐다. 겨울당근은 재배의향이 전년, 평년 대비 모두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고, 겨울양배추는 전년보다 줄지만 평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에서 개최한 월동채소 사전적 재배면적 관리를 위한 유관기관단체 협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제주가 주산지인 조생종양파와 월동무, 겨울양배추, 마늘 등의 과잉 재배가 우려됐다. 특히 올해산 양파 입고량과 마늘 입고량이 많아 재배면적이 과잉될 경우 수확기 가격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래저래 모두가 걱정이다.

농식품부는 재배면적을 줄이면 가격이 오르고 농가 소득도 늘어난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채소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 단체,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자율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재배면적만 줄이라고 하니 답답하다. 더욱이 제주지역에서 재배면적을 줄여봐야 다른 지방에서 늘리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정부는 기존 벼를 재배하고 있는 농지에 벼 이외 다른 작물(, 배추, 고추, 대파 제외)을 재배할 경우 일정 금액(평균 340만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결국 제주에서 마늘과 양파 재배면적이 줄고 있지만 전국적으로는 증가해 처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가에서는 제주에서는 재배면적을 줄이라고 하면서 육지에서는 늘리는 정책을 하고 있다”, “대체 작물도 없이 재배면적만 줄이라고 한다”, “재배면적이 줄었는데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면서 제주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을 요구했다.

제주지역 월동채소는 품목별 쏠림 현상과 만성적인 과잉생산,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말처럼 문제는 알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자 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지만 농사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많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농민들의 깊은 한숨을 그냥 놔두고 볼 수도 없다.

정부와 제주도는 제주지역 실정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과 농민단체 등도 힘을 보태야 한다. 오늘 뿌린 씨앗이 희망이 되어야지, ‘절망이 돼서는 안 될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