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로 가는 길
문화도시로 가는 길
  • 제주신보
  • 승인 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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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수필가

정부 차원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주52시간 근무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일 중심의 문화에서 노동을 위한 재충전으로써 ‘여가’가 아닌 ‘삶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풍요를 누리면서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배 고품을 느껴왔다.

그것은 소비중심의 여가 활동이 아닌 문화예술 관점에서 삶이 질 회복을 위한 변화의 시도 부족으로 봐야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 우리가 말하는 일상이란 특별하지 않은 시간을 말하는 것이며, 그 시간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자 한다. 스마트폰에 의해 삶의 양상이 급격히 달라진 지금 현재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노동 외에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서귀포시에서 준비하고 있는 ‘문화도시 서귀포’는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는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너무 빠른 속도감, 너무 많은 정보, 너무 많은 책임, 끊이지 않는 갈등 등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문화 서귀포’를 꿈꾸고 있다. ‘노지문화’란 소외된 지역을 살피고 오랜 시간 삶속에 스며있는 마을마다의 무늬를 찾는 일이라 본다.

‘터무늬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원은 ‘터의 무늬’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모든 터에 무늬가 없다. 그런데 모두가 서울의 무늬에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서귀포에서는 마을마다의 아름다운 ‘터 무늬’를 만들 생각이다.

서귀포지역은 105개 마을마다 물때와 바람이 다르다. 그래서 서귀포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원형을 잘 보존하려고 한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증가로 마을이 가진 고유한 문화자원은 소실되고 있으며 대신 그 자리를 도시문화가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의 ‘괸당’ 문화를 살리고 ‘고치 가게 마씀’을 꽃 피우자. 105개 마을의 가꾸는 ‘노지문화 서귀포’는 마을마다의 자연환경과 마을이 가진 문화적 다양성을 토대로 문화를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삼춘’ 문화를 회복하는 길이다.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3대 추진목표가 첫째 ‘문화씨앗’을 뿌리고, 둘째 ‘문화 텃밭’을 가꾸며, 셋째 ‘문화농부’를 키우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을 문화자원 발굴과 활용으로 문화적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라 할 것인데 여기에서 우리가 추진하며 지켜야 할 일은 지역성은 그 지역을 찾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니라 철저히 거기 살고 있는 거주자의 시선으로 접근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105개 마을의 꿈꾸는 ‘노지문화 서귀포’는 1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짧은 호흡이 아니라 묵묵히 겪게 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모두가 지역의 중요한 시대라고 하는데 막상 지역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기반이나 제도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는 서귀포시가 하나의 ‘작은 권력’이 아닌 조그만 ‘징검다리’ 노릇을 하며 ‘폭낭 알’ 반상회 등 시민과 문화를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문화도시 서귀포’는 꼭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