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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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이 기도문은 A.W.Smokey라는 미국의 소방관이 1958년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방관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어린이 3명을 발견했지만, 창문의 안전장치 때문에 구하지 못해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이 기도문을 썼다고 한다.

2001년 3월 서울 홍제동 건물 화재 때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순직 소방관 중 1명인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에서도 이 기도문이 발견됐다고 한다. 故 김 소방관은 이 기도문을 읽으면서 마음을 곧추 세우지 않았을까.

▲소방관은 단지 불을 꺼 건물을 보전케 하는 사람이 아니다.

화염에 쌓인 건물 내에서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이다.

어디 화염뿐인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서둘러 사람을 구해야 한다. 늦은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다 속을 헤매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다친 취객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119 차량 내에서 욕을 먹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도 툭하면 일어난다.

이처럼 숭고한 일을 하는 소방관에게는 마음 안팎으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방관은 신(神)이 아니다. 자기에게 닥친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소방관의 5%인 2500명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위험에 놓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적이다. 또한 지난 1년간 자해행동을 한 소방관도 15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과 함께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전수 설문조사에 의해 나타났다. 설문은 지난 5월과 6월에 진행됐고, 설문대상자 5만755명 중 95%인 4만8098명이 응답했다.

타인의 생명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지만, 내면에는 신(神)도 모르는 아픔이 늘 쌓여 있는 것이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에는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라는 글귀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소방관을 위한 우리의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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