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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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내 사랑 한림항은 물빛보다 추억이 더 파랗다나의 시 내 사랑 한림항의 첫 구절이다.

나는 비양도가 그림처럼 보이는 한림항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제주시에서 다니게 되어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었으나 나의 품엔 늘 비양도와 한림항을 안고 살았고 지금도 눈앞에 그 물빛이 파랗다.

밤이 되면 섬은 사라지고 등대만 눈을 떠서 나에게 꿈처럼 반짝이곤 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고 노래한 노산 이은상 선생도 늘 고향 마산 앞바다를 잊지 못했나 보다. 바다는 늘 어머니의 품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끌어안는다.

 한림항 그 앞바다는 풍요로웠다. 물 나면 해삼·성게·보말, 운 좋은 날은 오분작도 서너 개 따는 한림 앞바다의 어린 시절 추억은 아무리 길게 써도 모자랄 것이다.

 나의 손자들도 제주에 내려오면 나를 닮아서일까 바다를 좋아한다. 바닷가에 가서 보말 조개 그리고 게 잡기를 매우 좋아했다. 손자들을 대리고 의기양양하게 제주바다를 향해 동쪽 어느 마을 바닷가에 가서 물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나가라는 것이었다. 멍뚱멀뚱 쳐다보던 손자놈은 눈물을 글썽이고 할아버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고 말았다. ‘보말만 잡으쿠다제주어로 말을 해도 막무가내다. 어촌계 구역이라는 것이다.

 ‘어촌계 구역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이 마을 저 웃동네에 살암수다라고 항변했지만 독한 기세에 눌려 백사장 쪽으로 쫓겨나 조개라도 잡으려 했으나 그 흔하던 조개는 다 외출해버리고

게 몇 마리 잡아 삼다수병에 넣고 터덜터덜 돌아오려니 뱃속으로부터 화가 치밀어올랐다. 취득세·주민세·소득세·교육세 ·유류세·주류세·과속 과태료는 물론 적십자회비까지 한 번도 기일 넘기지 않고 납부한 정직한 도민인데 도대체 저 바다는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어촌계원이 아닌 제주도민의 바다는 해수욕장 아니면 수평선 너머의 보기만 하는 바다란 말인가.

 내 어린 시절의 바다를 돌려 달라! 도지사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보말도 잡지 못한단 말인가? 어촌계의 생계를 보호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면 어촌계 아닌 제주도민의 바다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표시라도 해서 알려 달라!

이 작은 외침은 비단 나만의 아우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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