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회(道民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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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2015년 서귀포지사에서 신문사 지사장으로 있던 시절, 해남향우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었다. 당시 이성주 향우회장으로부터 들은 ‘해남촌’ 관련 이야기는 지금도 나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다.

제주에서 해남과 인연이 깊은 곳은 제주시 건입동 현대아파트 주변과 서귀포시 선경오피스텔 인근 동홍천 지역이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1960년대 시절, 해남 1세대들이 바다를 건넜다. 제주시 지역은 제주항을 생활 터전으로 삼았으며, 서귀포시 지역은 감귤원에 기댔다. 고향의 친인척들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왔다. 그러자 자연스레 제2 고향이 생겼다. 이른바 해남촌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사연이 있어 제주에서 해남인들의 응집력은 유독 강하다. 해남향우회가 2014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전국 시·군 단위 향우회로선 최초의 법인등록이다. 이 회장은 이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는 반갑다.’ 까마귀는 검디검은 외형 때문에 예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백로’와 비교돼 차별 대우를 받았으며, 심지어는 같은 피부 색깔의 까치의 울음은 반기면서도, 까마귀의 울음은 불길하다고 여겼다. 기억력이 나쁜 이에겐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고 놀렸다. 지금도 이 같은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까마귀로선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그래도 고향에서 날아온 까마귀는 반갑기 그지없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아도 내 땅의 까마귀라서 그렇다.

타향에 있으면 고개는 절로 고향으로 향한다. 중국 고시에도 ‘북에서 온 말은 북풍에 귀 기울이고, 남에서 온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튼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호마의북풍, 월조소남지)’라고 했다. 그래서 같은 고향끼리 만나 옛일도 더듬고, 친목도 도모하며 고향을 위해 이것저것도 하자고 만든 것이 향우회다. 전국 어디를 가도 중소도시 이상에는 이(里), 읍·면, 시·군 향우회가 있다. 도 단위로 확대하면 도민회(道民會)다.

▲65년 전통의 서울제주도민회가 ‘2개 도민회’로 분열될 위기에 직면했다. 도민회 주축인 당연직 부회장인 읍·면 향우회장 상당수가 가칭 ‘재경제주도민회’를 결성키로 했기 때문이다. 출향 제주인들의 상징적인 단체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고향에서도 우려를 보내고 있다.

조금 있으면 추석이다. 고향의 정을 나누면서 봉합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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