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미스터리' 감독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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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벽 감독 "장애 희화화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
'힘을 내요, 미스터리'
'힘을 내요, 미스터리'

3년 전 영화 '럭키'7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계벽(48) 감독이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리'를 선보였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반전 과거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은 전혀 다르다. '럭키'가 살인청부업자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을 무명 배우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면, 신작은 아이 같은 아빠 철수(차승원)와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의 여행담을 통해 부녀의 숨겨진 과거를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소환하며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계벽 감독은 "상처받고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계벽 감독
이계벽 감독

다음은 이 감독과 일문일답.

-- 영화의 출발은.

'럭키'를 함께한 제작사 용필름에서 시나리오를 먼저 줬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담겨 고민을 많이 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참여하는 '2·18안전문화재단'을 먼저 찾아갔다. 그분들에게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영화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분들은 아직도 고통을 안고 산다. 인터뷰할 때도 화재 당시 지하철 내부나 역사 내부에 관한 이야기는 (트라우마 때문에) 말씀을 잘하지 못하셨다. 그런 고통을 알게 되니 영화를 안 만들 수가 없었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참사가 약간 스치듯 지나갔지만, 그렇게 묘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사고 후유증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로 바꿨다.

-- 코미디와 참사를 접목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차승원 씨와 그런 지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코미디 수위가 높아지면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철수 캐릭터는 선천적 장애가 아니라 사고 후유증을 지닌 인물이기에 기존 영화들과 다른 연기 톤으로 가져가야 했다. 이야기 자체도 캐릭터가 강한 코미디보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지는 코미디로 하려 했다. 코미디의 톤도 반전 이후 이야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고민했다. 후유증을 가진 분들을 조사해보니 어떤 분은 숫자를 못 세거나, 과거의 기억과 방향인지를 못 하는 분도 계셨다. 후천적으로 사고 때문에 인지 장애가 생긴 분들의 자료를 많이 수집해 참고했다.

-- 차승원은 오랜만에 코미디에 도전했다.

옛날부터 차승원 씨 코미디를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코미디 연기를 안 할까 생각했다. 이 작품은 코미디이지만 부성애라는 코드가 있어서 그런 부분을 이해해줄 분은 차승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철수를 칼국숫집 수타면 장인으로 설정한 이유는.

나에게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남들한테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줄 것 같다. 칼국숫집에서 수타를 뽑는다면 동생과 함께 살아가지 않을까, 따뜻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으로 칼국숫집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 웃음보다는 감동 쪽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성장 드라마에 집중했다. 철수가 아빠가 돼 가는 과정도 그리지만, 주변 인물들도 철수의 사연을 알게 된 뒤 성장하는 드라마다. 아픈 사연을 알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녀 덕분에 용기를 얻어 밝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지, 일부러 웃음이나 눈물을 자아내려고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철수가 샛별이를 직접 안아주는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그렇게 슬퍼할 줄은 몰랐다.

-- 악인이 한명도 없는 착한 영화다.

선한 캐릭터에 끌린다. 잔인하고 그런 것은(성격상) 잘 못 한다.

-- 코미디 장르를 줄곧 선보였는데.

뭘 써도 코미디처럼 바뀐다. 한창 스릴러 장르가 유행할 때 스릴러 시나리오를 썼는데, 웃겨서 거절당했다. 작품을 바라볼 때 코미디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 이승엽 선수가 깜짝 출연했는데.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셔서 거절을 많이 했다. 그러다 해당 장면 촬영 1~2주 전에 출연을 결정해줬다. 이승엽 선수가 출연료를 재단에 기부하는 등 좋은 의도로 출연한 거로 안다.

-- '럭키' 성공으로 흥행 부담이 있을 법하다.

전작 흥행으로 우쭐할 만큼 제가 영화계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은 대상이 있는 영화다. 그분들에게 영화가 외면당할까, 또 한 번의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영화를 계기로 대구 지하철 참사가 다시 회자해 그분들에게 위로가 돼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관객들도 극장 문을 나서면 주변 분들, 상처받고 고통받는 분들을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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