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거래
귀신과 거래
  • 제주신보
  • 승인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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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예상 못 한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슴 저리게 하는 슬픔이다. 자연재해나 전쟁을 치르면서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순수하지 못한 의도나 목적에 의해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천재일우 그 현장을 벗어났다 해도 그에 따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인을 통해 걸려온 전화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직접 찾아가지 못하니 어느 건물로 와 달라는 부탁이다. 잠시 후 도착하니 꽤나 알려진 회사다. 반가운 인사로 거듭 결례였다며 이곳의 대표라며 소개를 하는데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다. 차 한잔 마시는 동안 오신 손님은 누님이란다.

실은 자형이 누명을 쓰고 곤란한 상황인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궁금하단다. 이름을 물어보니 알려주기가 곤란하단다. 오죽 저럴까 싶어 알았다 대답을 하니 어떤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분명 어디에 갇혀있는데 초조하거나 그런 기색이 없이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주변 걱정과는 반대였다.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그제야 지금 교도소에 있는데 워낙 신중한 사안이라 쉽지 않단다.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갑자기 젊은 처자의 원귀가 보였다. 예고 없는 방문에 누구냐 하니 이 두 사람의 여동생이란다. 좋은 집안에 태어나 화려한 직업에 이쁘기까지 했는데 몇 해 전에 나쁜 선례 인재로 삶을 마감했단다.

너무나 원통해서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는데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니라 따듯한 이별 인사라도 나누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문제 해결은 여기에 있었다. 그때 당시를 되짚어 이러이러하고 바로 옆에 영혼이 와있다 하니 깜짝 놀라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려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뒤늦은 후회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형제자매의 우애인지 다음날 나름의 정성으로 마무리를 해냈다. 이런 수고에는 보답이 따르는데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의 혼잣말은 아들 십 년 공부의 결실을 바란단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수재 소리를 듣고 부모에 대한 효심이 깊으며 가난한 살림 악조건에도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란다.

내심 안타까웠는데 잘됐다 싶어 귀신과 거래를 하기로 했다.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흔쾌한 허락으로 약속을 주고받았다.

동네가 떠들썩한 잔치는 그해 가을이었다. 그리고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가 무죄 석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은 생존해계셔 실명을 밝히지 못한다. 아름답지는 못했어도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