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 할 지도자의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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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입 밖에 내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떠오르는 때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구설에 오르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말하기보다 듣기를 강조했다. 제자가 벼슬을 얻는 방법을 묻자 공자가 내놓은 답이다.

공자는 “많은 것을 듣되 의심나는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말하면 실수가 적을 터이다. 많이 보고 위태로운 것은 버리고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행하면 뉘우치는 일 또한 적게 된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벼슬길이 바로 그 가운데 있게 된다”고 전했다.

노자도 ‘말이 많은 것’을 경계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또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무소속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얼마 전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야권 통합과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역설하던 중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 극복 대토론회’ 현장이었다.

“비록 제주도에 있지만 제주도민의 민심과 함께 지원하고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기자는 원 지사의 발언에 귀를 의심하면서 녹음 내용을 다시 듣기까지 했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은 3년된 촛불 민심이 기득권화된 가짜 촛불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만들어야 한다”고 작심해 발언했다.

그러면서 “프레임 싸움에서 우리(보수)가 민심에 서야 한다. 저쪽(문재인 정부)은 권력이고, 우리는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 강세지역과 수도권 경합지역의 양편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한다. 당장은 국정의 견제세력, 나아가 수권세력으로서 강력하게 설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도민 지원론’을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고집이 보통 고집이 아니다. ‘최고집’ 저리가라다. 외통수, 고집불통의 오만이 권력의 끝판왕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 같은 발언을 놓고 파장이 커지자 지난 4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보수정당 입당설, 총선 출마설·지원설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원 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금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인 행보·거취, 특히 도지사직 수행 여부와 직결된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추측”이라며 “일반적인 덕담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전에 거취를 옮기거나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해 제가 완수해야 하는 임무에 대해서는 소홀함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찬종 전 국회의원, 권영진 대구시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도민 지원론’까지 꺼내든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발언이었다.

날아가는 화살과 말은 한번 쏘면 되돌릴 수 없는 만큼 무게감 있는 신중한 발언이 절실해지는 때이다.

원 지사는 3년 전에도 2016년 4·13 총선거를 앞두고 도민사회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원 지사는 당시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현수막 붙인 후보들도 많다. 박근혜 마케팅은 문제가 안 되고, 원희룡 마케팅은 문제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이제 2020년 4·15 총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있다.

원 지사가 밝힌 대로 ‘총선’ 대신 ‘도정’에 전념할지 도민들의 시선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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