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섬, 폭포가 4·3의 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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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정방하폭(下)
죄 없이 총살 당하는 부모님을 몰래 지켜보다 아물 수 없는 상처
그래도 다시 사는 생(生)이 있다면 서귀포, 서귀포에 가서 살자
뺴어난 경관 뒤 아픔이 서린 정방폭포. 산남 최대 끔찍한 학살터였던 이곳의 영령들과 넋을 달래기 위해 바람난장 문화패가 정방폭포를 찾았다. 이미선 作, 정방폭포.
뺴어난 경관 뒤 아픔이 서린 정방폭포. 산남 최대 끔찍한 학살터였던 이곳의 영령들과 넋을 달래기 위해 바람난장 문화패가 정방폭포를 찾았다. 이미선 作, 정방폭포.

제주, 4·3항쟁의 피해와 무관한 집안이 있을까. 아버지가 초등학교 일이학년 즈음, 불 질러놓고 도망 가버린 집이 전소되자, 그 길로 할아버지는 고향을 등지고 서귀포로 이주한다. 그 연유,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일까.

정방폭포가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다. 절벽에 기댄 상층의 터줏대감 소나무들과 갖가지 나무들이 한 곳을 본다.

허공에 매달린 나무들은 걱정 탓에 제 목줄 늘어지는 것도 잊는다. 이곳의 아름다움 뒤로 아픈 역사가 있다.

현재의 송산동은 군부대가 주둔했던 토벌대의 거점지로 당시 이곳은 산남 최대의 끔찍한 학살터다.

어느 할머니의 어릴 적, 죄 없이 총살당하는 부모님을 몰래 지켜보다 아물 수 없는 상처, 그 깊이를 무엇과 견줄까. 지난 날 형장의 이슬로 스러져간 선량한 목숨들, 더는 되풀이 말라는 울림이다.

 

안창현 성악가가 카자흐스탄 오페라 ‘아바이’ 중 아리아와 ‘동심초’를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에 모두의 가슴이 촉촉해진다.
안창현 성악가가 카자흐스탄 오페라 ‘아바이’ 중 아리아와 ‘동심초’를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에 모두의 가슴이 촉촉해진다.

성악가 안창현 님의 카자흐스탄 오페라 <아바이> 중 아리아 칼람카스에게 안부를.’ 감상한다. 이어지는 동심초로 모두의 가슴이 촉촉해진다.

다시 돌아갈 사람을 가졌다는 위로만으로도// 가장 뜨겁게 오래 피는 마을/ 다시 사는 생이 있다면 그런 생이 온다면/ 서귀포, 서귀포에 가서 살자

 

김효선 시인의 시 ‘다시, 서귀포’를 김정희와 시놀이가 춤꾼 박소연과의 즉석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릴레이 낭송에 무용까지 어우러져 한껏 풍성해진다.
김효선 시인의 시 ‘다시, 서귀포’를 김정희와 시놀이가 춤꾼 박소연과의 즉석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릴레이 낭송에 무용까지 어우러져 한껏 풍성해진다.

김효선 시인의 시 다시, 서귀포를 김정희와 시놀이가 춤꾼 박소연과의 즉석 콜라보다. 릴레이 낭송에 무용까지 어우러져 한껏 풍성해진다.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생이 있다면/한라산은 눈썹 위에 두고/서귀포 물빛은 발아래 두어/노오란 과즙 향기로운 돌담 아래를/느리게 걸어 다니리라//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희망으로//불멸을 구하러 왔다지, 서복/한평생 푸른 바다엔 전복 소라 멍게 해삼/영원한 보물이 그리움인지도 모르고 돌아갔다지/그 넓고 넓은 대륙에서 마음 하나 구하지 못해/서러운 노을로 몇 달을 쓸쓸하게 타올랐다지//천지연 폭포에 귀를 씻어 번뇌를 지우고/새연교 다리를 건너면/어느새 상처도 인연으로 머문다는데/어디서나 너의 이름이 서쪽이라서 살고 싶어진다//다시 돌아갈 사람을 가졌다는 위로만으로도//가장 뜨겁게 오래 피는 마을/다시 사는 생이 있다면 그런 생이 온다면/서귀포, 서귀포에 가서 살자

-김효선 시인의 다시, 서귀포전문

품 너른 바다와 폭포, 섶섬과 범섬은 기억한다. 지난 날 근처의 일거수일투족을 목격한 산증인들이다.

이곳이 아름다운, 지난한 아픔들이 더는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빼어난 경관 뒤로 가려져, 제 목소리도 내보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넋을 기리는 안내문정도 있으면 좋겠다.

올곧은 역사관은 심어야한다.

 

정민자 연극인의 낭랑한 목소리로 진행된 정방폭포 바람난장. 아픔이 있는 곳에 다시 빛과 희망으로 억울한 영혼이 넋을 기릴 수 있도록 한 안내문이 필요하다.
정민자 연극인의 낭랑한 목소리로 진행된 정방폭포 바람난장. 아픔이 있는 곳에 다시 빛과 희망으로 억울한 영혼이 넋을 기릴 수 있도록 한 안내문이 필요하다.

사회=정민자

그림=이미선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영상=김성수

사진=채명섭

무용=박소현

성악=안창현

반주=김정숙

호른=황경수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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