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벗어나 우리가 놓친 현대사 돌아보고자 해"
제19회 고산문학대상 시조 부문 오승철 시인이 선정됐다. 작품은 ‘오키나와의 화살표’(황금알, 2019).
이 시조집은 제주 4·3 서사가 남긴 상흔의 무늬들을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현재적 삶에 예리하게 새겨놓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고산문학대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출간된 시집들을 대상으로 현대시와 시조 부문에서 각 100여 명의 시인, 평론가들의 추천을 받아 심사에 들어갔다.
심사위원들은 “‘오키나와의 화살표’는 제주도민의 한이 서려 있는 4·3의 아픔과 의미를 형상화하면서도 그것을 우리 민족이 걸어온 파행적인 현대사의 아픔으로 보편화하고, 승화시키고 있다”며 “‘꿩의 울음’을 하나의 상징으로 승화시킨 점도 주목됐는데, 마치 억눌린 감정을 더이상 어쩌지 못해 토해내는 듯 탁하고 둔중하며 돌발적인 꿩의 울음소리를 식민지와 분단의 과정을 통해 이산과 유랑을 경험하고, 민주화 가정을 통해서 학살과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영혼과 한에 대한 상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승철 시조시인은 “‘오키나와의 화살표’에는 그동안 내 시를 지배하던 제주, 그리고 4·3을 벗어나 우리가 놓친 현대사를 돌아보고자 했다”며 “고산 선생의 정신을 받들어 무딘 시의 날을 벼리려 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오 시조시인은 1957년 서귀포시 위미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조집으로 ‘개닦이’, ‘누구라 종일 흘리나’, ‘터무니 있다’ 등이 있다. 한국시조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고산문학대상은 순 우리말로 순도 높은 서정시를 응결시켰던 고산 윤선도의 선구적인 시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현대시 부문에는 나희덕 시인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