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사상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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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공자는 효사상을 유교가치의 최상에 두었다. 효는 좁게는 부모를 받드는 윤리를 뜻하지만 넓게는 인간의 도리, 인간의 사랑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또한 효문화는 뿌리를 일깨우고 조상의 지혜, 역사와 세대를 이어준다.

이태 전,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전국 각처 유림의 저항에 부딪혀 취소된 일이 있다. 효가 충효교육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나치게 전통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법 개정을 서둘렀던 것 같다.

효에는 양구(養口)의 효와 양지(養志)의 효 두 가지가 있다. 양구의 효는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으로써 호의호식은 물론 용돈을 넉넉히 드리는 등 물질위주의 효성을 말한다. 반면에 양지의 효는 물질보다 정신면에 주안점을 두는 효심으로써 정신적으로 안락하게 해드리는 효도를 말한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넉넉지 못할지라도 항상 마음에 근심, 걱정 없이 지내도록 배려히는 효심이다. 서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유가에서는 물질적인 효보다 정신적 효도인 양지의 효를 더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다.

날이 갈수록 효사상은 시들고 있다. 이제쯤 사회 각 계층에서는 효문화 실상을 되돌아보고 청소년들이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효 문화를 발굴하여 장려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조상숭배사상을 바르게 전수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다만 시대의 변천 따라 제사의 형식이나 방법, 절차 등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기제사를 올리고 있음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돌아가신 조상님을 추모하기 위한 효의 확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공자께서는 “제사는 거기 계시는 듯 지내라”. 즉 제여재(祭如在)라 했으니 살아계실 때 섬기던 그 방식대로 절도하고 음식도 올리면서 추모하는 의식절차가 아닌가 싶다.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이란 말이 있다. “우물을 마실 때는 그 우물을 판 사람을 고맙게 생각하라”는 깊은 뜻을 미루어 짐작해볼 만한 일이다.

추석 명절이 코앞이라 조상묘에 대한 벌초 시즌이다. “부모제사 한번 지내지 아니한 것은 남이 모르지만 벌초 아니한 것은 안다”는 제주속담이 있다. 아무리 화장문화 시대라 하자만 현재 상태의 벌초문화는 계속되리라고 본다. 40~50년 전까지만 해도 벌초 때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나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양상이 다르다. 그때는 묘소가 이 구석 저 구석 산산이 흩어져 있었고 지금처럼 자동차가 흔치않았을 뿐 아니라 벌초기계나 대행업체도 애당초 없던 시대였다. 그러하니 일손이 달려 어린 자손들까지 부모따라 나섰다. 이러한 풍습은 어린이 혹사가 아니라 외려 효문화의 계승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었다.

효는 가정에서는 화목이 되고 사회로 확산되면 공경과 봉사정신으로 이어지며 국가로 확충되면 충(忠)으로 승화한다. 그러므로 효는 모든 행실의 근본 윤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세상이 격변하고 있지만 가정마다 전통적인 가풍은 유지돼야 한다. 부모는 부모다운 인격과 품위를 가지고, 또한 노인은 노인답게 모범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자식이나 젊은이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야한다. 이게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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